▲7월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워싱턴 공항에 도착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조선일보가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여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탄핵이 반복될 수 있다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8년 전에도 조선일보는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박근혜정부의 인사 참사와 불통을 연일 비판하며 앞날을 경고했는데, 결국 그 경고가 맞아떨어졌던 셈이어서 최근의 논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배성규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7월10일자 칼럼 <文에겐 있었고 尹에겐 없는 것>에서 “윤석열 정부엔 문 정부 초기의 ‘노 맨’과 같은 인적 통제 장치가 아예 없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사실상 성역이나 금기어로 취급됐다”면서 “김 여사와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자랑하고, 줄 대려고 접근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제어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바른 소리 하는 참모는 회의에서 배제되거나 자리에서 밀려났다. 대선 공약이었던 가족 감시 특별감찰관도 2년 넘게 공석”이라며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배성규 논설위원은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몰고 가려고 각종 특검과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있다. 김 여사 의혹이 그 핵심에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참모진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며 “지금 누군가는 ‘노’라고 외쳐야 한다. 경고등을 켜고 제동을 걸지 않으면 결국 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7월11일자 사설 <정치 평론가와 1시간 통화했다는 김 여사>에서 “정치 평론가 진중권씨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57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고 전하며 “지금 정치권에선 김 여사가 대통령실, 장·차관, 정치권·문화계 인사, 언론인, 유튜버 등과 수시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는 대선 때 인터넷 매체 직원과 7시간45분 동안 통화한 내용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마치 자신이 대선을 다 치르고 있다는 식의 발언까지 있었다. 김 여사는 친북 인사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도 휩싸였다”고 비판한 뒤 “대통령 부인은 공인으로서 책임만 있고 공적 권한은 없다. 사소한 말실수, 경솔한 행동 하나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조심하고 자중해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최재혁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다음날인 7월12일자 칼럼 <박근혜 정부가 왜 무너졌겠나>에서 8년 전 탄핵 국면을 꺼냈다. 최재혁 정치부장은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권 붕괴의 출발점으로 2016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불화를 꼽는다. 박근혜 청와대 비서관들은 정권 붕괴의 시작점을 ‘배신의 정치’ 파동으로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김무성과 유승민, 두 사람은 한때 박 전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찍어 누르면 당연히 그 반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의 ‘갈등’을 사실상 겨냥했다.

최재혁 정치부장은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그때를 연상시킨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집안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승패를 떠나 상대를 만신창이로 만들겠다고 작정을 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최재혁 부장은 “정국이 야당 뜻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보수 정부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하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여권의 현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이것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일들이 또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이대로라면 탄핵 국면이라는 경고다.

▲7월 11일 김건희 여사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의실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난 모습. 사진=대통령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다음날인 7월13일자 칼럼 <김 여사의 그림자>에서 “용산발(發) 뉴스 중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며 “크고 작은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국정 곳곳에 김 여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인상이 굳어졌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고 썼다. 8년 전과 같은 여소야대, 여권 내 갈등,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했을 때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 올 것 같아 불길하다는 의미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김건희 여사 문제’는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튀어나와 끊임없이 국민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권익위가 김 여사 사건을 방어하려다 부패의 ‘배우자 루트’를 열어 주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김 여사 문제가 반부패 정책의 기조마저 흔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집권당 대표 선거에도 ‘김 여사 문제’가 등장했다. 난데없는 ‘읽씹(읽고 무시함)’ 논란으로 난장판이 벌어졌지만, 배신이냐 아니냐보다 더 충격적으로 느껴진 것은 우리가 모르는 물밑에서 김 여사의 독자적 소통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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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논설실장은 “공적 권한 없는 대통령 부인이 사적 채널을 통해 대국민 사과라는 국정 현안을 여당 대표와 직접 협의하려 했다”며 “국정 개입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훈 실장은 “김 여사가 공개 사과 의사가 있었다면 대통령실 정무 라인과 상의해야 마땅했다. 한 전 위원장 동의를 구할 이유가 없었다”고 재차 김 여사를 비판한 뒤 “김 여사는 ‘댓글 팀’ 얘기도 꺼냈다. ‘댓글 공작’ 루머에 대통령 부인이 등장한다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권 내 현 갈등을 가리켜 “대통령 부인이 정치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논란의 한복판에 선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지난 대선 때 김 여사는 좌파 매체 기자와 한 통화에서 ‘우린 원래 좌파였다’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일부 매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녹음돼 공개됐다. 친북 목사의 함정에 빠져 ‘제가 남북 문제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한 것도 몰카에 찍혔다”고 전하며 “허언 혹은 실언인 줄 알았던 이 말들이 이젠 진짜 아니냐는 의심을 살 지경이 됐다”고 썼다. 이처럼 연일 등장하는 조선일보 사설과 칼럼은 ‘윤석열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김건희 여사를 버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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