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으로 3행시 지어보겠습니다. ‘한’라산에서 먹은/‘라’면 맛/‘산’(상)당하다!”

제주 한라산 정상에서 먹은 컵라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한 누리꾼이 쓴 글이다. 최근 라면과 김밥 등 음식물을 먹는 등산객이 늘면서 한라산은 ‘라면국물’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라산 정상에서 라면을 먹는 ‘인증샷’이 에스엔에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탓이다.

등산객들이 주로 음식물을 먹는 해발 1740m 고도의 ‘윗세오름’에는 매점도 없고 취사도 금지돼 있다. 다만 등산객들이 직접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와 컵라면을 먹는 등 간편 취식은 가능하다. 남은 음식물을 음식물 처리기통에 버리면 공원 관리 직원이 모노레일 등을 통해 수거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이곳에 음식물 처리기통 2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부피가 큰 ‘라면국물’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관리소는 국물을 따로 버릴 수 있는 60ℓ 물통 5개를 추가 설치했다. 그러나 이마저 부족하자 일부 등산객들이 화장실이나 땅에 라면국물을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염분 농도가 높은 라면국물을 땅에 버릴 경우 토양과 수질이 오염될 수 있고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3월29일 인스타그램에 “라면국물에는 염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청정한 물에서만 사는 날도래, 수채(잠자리 애벌레), 제주도롱뇽 등은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며 “이뿐만 아니라 대피소 인근의 큰부리까마귀, 오소리, 족제비 등이 냄새를 따라 접근해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게 돼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리소는 “대피소 인근부터 버려진 라면국물로 한라산 특산 식물 등이 오염된 토양에서 (말라 죽어) 멸종돼 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29일부터 한라산 환경 보존을 위해 ‘라면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관리소는 라면국물을 다 마시기 어려울 경우 처음부터 국물량을 줄일 수 있는 ‘수프 반+물 반’ 등의 방법을 현수막과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수프를 다 넣으면 그만큼 물을 많이 부어야 하기 때문에 애초에 수프와 물을 적게 넣자는 취지다.

누리꾼들은 ‘모든 국립공원 이용 규칙상 (라면 등 간편 취식까지) 금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탐방로에 귤껍질이 제법 많아 놀랐다. 귤껍질도 버리지 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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