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 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걸린 추모 현수막이 비에 젖어 있다. | 조태형 기자

서울 강남·서초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엔 고연차 교사가, 6학년 담임에는 저연차 교사가 주로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당시 생활지도 등이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1학년 담임에 저연차 교사를 집중 배치한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실제 통계는 뚜렷한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서울 강남·서초권역엔 신규 발령 교사가 집중 배정되고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른 지원청에는 없는 5년 순환 근무 때문에 공석이 많아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7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서울 주요 권역별 학년별 담임 현황(2022~2024년)’을 보면,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소속 초등학교 1833개 학급에 배치된 담임 교사 10명 중 2명(19.7%)은 0~5년차다. 담임을 맡은 0~5년차 교사 361명 중 1학년 담임은 14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줄어들었다.

초등 1학년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갓 마치고 온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담임의 학습 및 생활지도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등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순직한 교사는 2년차였다. 당시 학교와 교육부는 “교사가 스스로 1학년 담임을 선택했다”고 했지만 동료 교사들은 “떠밀려 맡은 것 아니냐”며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 강남·서초의 1학년 담임은 주로 20년차 이상 교사가 맡았다. 1학년 273개 학급 중 154개 학급(56.4%)의 담임이 20년차 이상 교사였다. 지난해(127개 학급)보다 1학년 담임을 맡은 20년차 이상 교사가 소폭 증가했다. 강남·서초에서 담임을 맡은 전체 교사 중 20년차 이상 비율(38.7%)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해도,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은 고연차 교사의 비율은 높은 편이다. 올해 1학년 담임 배치만 놓고 보면 강남·서초에서 저연차에게 담임 업무를 떠넘긴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1학년만큼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초등 6학년 담임은 0~5년차에 몰렸다. 6학년은 성장한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쉽지 않은 학년으로 꼽힌다.

올해 강남·서초 초등 6학년 담임 중 0~5년차는 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6학년 담임 4명 중 1명(25.4%)꼴이었다. 20년차 이상(91명), 15~20년차(67명)가 뒤를 이었다. 강남·서초와는 달리 강동·송파, 성북·강북 등 다른 지역에선 6학년 담임을 0~5년차에게 가장 많이 맡긴 곳은 없었다.

강남·서초에는 서울 내 타 지역에 비해 발령받는 초임교사들이 많아, 이들이 ‘기피 업무’를 맡을 확률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서울교사노조가 지난달 공개한 ‘2024학년도 초등 교사 신규임용 발령 현황’을 보면 신규임용 교사 113명 중 강남·서초에 44명(39%)이 배치됐다. 강남·서초의 전체 학급수는 강동·송파나 강서·양천에 비해 적지만 신규 임용 교사는 서울 11개 교육지원청 중 가장 많이 배정받았다. 강남·서초는 지난해 서울 전체 민원의 4분의 1 가량이 몰린 지역이기도 하다.

강남·서초의 초등학교에선 올해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긴 사례도 크게 증가했다. 강남·서초의 초등학교 담임 중 기간제 교사는 지난해 23명이었는데 올해 60명으로 늘었다. 1학년(4명→7명), 6학년(2명→7명) 등 전학년에서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가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서초 지역에 신규 교사 발령이 몰리고 기간제 교사의 담임 채용이 늘어난 이유로 ‘전보 제도’를 꼽았다. 서울 내 다른 지역과 달리 강남·서초 권역에선 5년마다 타 교육지원청으로 전보를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매해 대규모 공석이 발생한다고 했다. 경기 분당 거주자 등까지 포함한 강남·서초 권역은 한때 교사들 사이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면서 5년 단위 전보 규정이 생겼다.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신규 임용 교사에게 어려운 일을 맡기려 강남 지역에 배치하는 게 아니다”라며 “근무기간을 채우고 올해 타 교육지원청으로 전보간 교사 156명의 공석을 메우다 보니, 신규 임용 교사 배치가 강남·서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기간제 교사 채용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28학년도부터는 강남·서초 권역 근무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리는 등의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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