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월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의협 관계자 5명은 그간 1~5차례씩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경찰이 숨가쁘게 수사를 벌여왔지만 구체적인 수사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의사단체 기선 제압’ 차원에서 다급하게 강제 수사에 나서다보니 수사가 꼬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정책 발 맞춰 신속히 강제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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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3월12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검경은 의사 집단 행동 초반부터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부응했다. 경찰을 비롯한 대검찰청·행정안전부·법무부 등은 2월21일 합동 대책회의를 열어 의사 집단행동 주동자를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고발했고, 경찰은 다음 날인 2월28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했다. 경찰은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인 2월29일 다음날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의협 관계자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대면 조사를 벌이며 전공의 집단 사직을 의협 관계자들이 함께 의논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의협 관계자들은 공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재 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구속영장 신청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의협 관계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의료법 전문인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의협 관계자들이 전공의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집단사직을) 상의한 구체적 정황이 나와야 한다”며 “의협은 개원의 중심의 조직이라 전공의들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 전문인 한용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개별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가 강할수록 의협 관계자를 업무방해 공범으로 보고 처벌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꼬여 버린 수사 순서…“흐지부지 가능성”

경찰 수사관들이 지난 3월1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의 순서가 꼬여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공범(의협 관계자)을 수사하려면 행위의 정범(전공의)부터 수사하는 게 정상적인 순서”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교사범 내지 방조범인 의협 관계자를 ‘윗선’으로 보고 먼저 잡아들이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전공의들의 행동이 업무방해 또는 의료법 위반인지 자체도 논쟁적인데, 의협 관계자부터 수사하는 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 반대를 막기 위한 전형적인 하명수사가 이뤄지다 보니 수사가 엉킨 것으로 보이고, 향후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정권의 코드에 맞춰 너무 성급하게 수사에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수사라는 건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선제적 공격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의 뜻대로 이렇게 언제든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방향과 속도에 맞춰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수사에 진척이 없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가 의사 집단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처벌에 관해 유연성을 보이는 등 정책 기조가 달라질 경우 수사 방침이 달라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의 수사 방향은 그때 가서 판단해볼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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