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마산역광장에 서 있는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왼쪽)와 이를 비판하는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가 나란히 있다. 김정훈 기자

독재미화 논란으로 경남 창원 민심을 갈라놓았던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 명칭을 올해부터 쓸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이 창원시의회를 통과했다. 야당과 민주화단체는 “의회 규칙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창원시의회는 22일 제136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대안)’을 의결했다.

개정안(대안)의 핵심은 ‘마산국화축제’를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찬반 토론 후 표결로 진행된 개정안 대안은 재적의원 45명 중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24명이 찬성해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 의원 18명은 반대했다. 기권은 1명이 나왔다.

개정안(대안)은 재석의원(43명)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개정안 대안이 법적 다툼 없이 진행된다면 마산국화축제에 ‘가고파’ 명칭이 6년만에 부활하게 된다.

앞서 창원시축제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올해부터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꾸기로 한다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지난 5일 박선애 창원시의회 시의원(국민의힘)이 해당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창원시의회 문화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지난 18일 열린 상임위회의에서 ‘찬반 갈등이 첨예한 데다 제출과정의 절차상 문제’ 등을 들어 개정조례안 원안을 미상정했다.

이에 남재욱 시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9일 해당 개정안의 대안을 발의했다. 손태화 의장(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원안과 대안’ 두 개 안건을 직권 상정해 대안을 통과시키고 원안은 폐기처리했다.

창원시의회 민주당의원단과 민주화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의장의 직권상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어 의회규칙을 위반했다”며 “본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위법적 판단을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15와 부마항쟁 모독하고 독재부역자 이은상을 찬양하는 홍남표 창원시장과 손태화 의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홍 시장은 명칭 변경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고파’는 마산 출신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1903~1982)이 마산을 노래한 가곡이다. 이은상은 과거 친독재 행적으로 비판받으며 그 명칭 사용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3·15의거기념사업회, 10·16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이은상은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전국 유세를 다니며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하고, 박정희 때는 유신 선포 지지 성명을 냈으며, 전두환 때는 전두환에게 찬사를 보내고 국정자문위원을 지냈다”며 말했다.

반면, ‘노산 이은상 기념사업회’는 “가고파는 이은상 선생이 쓴 시 제목이지만 이미 고유명사가 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거리의 각종 간판까지 전국 수많은 명칭에서 ‘가고파’가 즐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산국화축제 명칭은 축제가 시작된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마산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후 창원시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마산가고파국화축제’(2005~2018년)와 ‘마산국화축제’(2019년~현재)라는 이름을 써왔다.

이은상과 가고파 때문에 마산 민심이 분열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2013년 2월 국제로타리클럽(3720지구)은 마산역장의 제안을 받아 마산역광장에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를 세웠다.

시민단체 연대회의와 민노총 경남본부는 시비 철거를 요구하며, 그해 11월 시비 옆에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를 세웠다.

1999년에는 당시 마산시가 이은상을 기리는 ‘이은상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다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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