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 임계면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23일 센터 1층 마주침 공간에 설치된 나눔 냉장고인 ‘온빙고(溫氷庫)’에 넣어둔 각종 식자재를 정리하고 있다. 정선군 제공

“‘복(福)나누미’, ‘온빙고(溫氷庫)’, ‘행복 채움’, ‘다품다’…. 비록 이름은 달라도, 냉장고 안에 담겨 있는 정(情)만은 한결같아요.”

식자재 등을 기부받아 어려운 이웃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나눔 냉장고’가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행정복지센터 등에 주로 설치된 ‘나눔 냉장고’는 독일의 푸드 쉐어링(Food Sharing)과 유사한 개념의 복지사업이다. 나눔을 원하는 기부자가 자발적으로 냉장고 안에 채워 넣은 각종 식자재와 가공식품, 음료 등은 누구나 꺼내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자치단체와 주민협의체, 봉사단체 등 민·관이 협력해 나눔 냉장고를 운영하던 사례가 주를 이뤘다. 자치단체로부터 냉장고 설치 장소와 일부 운영 비용 등을 지원받고, 봉사단체 회원들이 식자재 등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나눔 냉장고’를 운영하는 사회·종교단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물가 현상이 지속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 먹기 힘들어진 저소득층에겐 더없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최근 강원 정선군 임계면 행정복지센터엔 매주 30~40명가량의 저소득층이 찾아 냉장고 안에 보관된 배추, 마늘, 호박을 비롯해 통조림, 음료 등을 챙겨 간다. 이처럼 홀몸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각종 식료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4월부터 임계면 주민자치회가 행정복지센터 1층에 나눔 냉장고인 온빙고(溫氷庫)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로 ‘온빙고’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민자치위원들은 기부받은 농산물과 각종 식자재 등을 온빙고에 정리하고, 저소득층이 골고루 이용할 수 있도록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정선지역자활센터 푸드뱅크에서 정기적으로 각종 음식물과 식자재를 후원하는 데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물품 기부도 이어지고 있어 온빙고가 빈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재억 임계면 주민자치회장(54)은 2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주민총회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을 저소득층에 나눠주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나눔 냉장고인 온빙고를 운영하게 됐다”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나눔 냉장고가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두대간과 인접한 산골 마을인 임계면의 인구는 3334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45%(1502명)를 넘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82가구 886명, 차상위계층도 24가구 28명에 달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대부분은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생활하는 홀몸노인이다. 이웃의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 노인이 많다 보니 나눔 냉장고를 이용하는 사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임계면 행정복지센터 이동옥 주무관은 “홀몸노인 등을 돌보는 생활지원사가 대신 나눔 냉장고의 물품출고 대장에 인적사항을 기재한 후 식자재를 가져가 전달해 주는 사례도 많다”며 “저소득층의 반응도 매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내에서는 나눔 냉장고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9년 전이다. 2015년 속초시 조양동 지역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2017년까지 4~5대에 불과했던 나눔 냉장고는 현재 춘천, 강릉, 동해, 속초, 삼척, 평창, 정선, 고성 등 9개 시·군 55대로 늘어났다.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과 식자재를 지원하는 복지 플랫폼인 나눔 냉장고 충남, 경기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심춘희 강원도 지역복지팀장은 “취약계층의 먹거리 걱정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나눔 냉장고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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