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uRAST)’ 에서 검사에 필요한 양의 병원균 수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전배양’ 과정. 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패혈증 검사 소요시간을 기존 대비 48시간 줄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검사를 완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항균제 투여가 조금만 늦어도 사망률이 급격히 오르는 패혈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김택수 교수, 혈액종양내과 김인호 교수와 서울대 전기공학부 권성훈 교수는 ㈜퀀타매트릭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uRAST)’ 임상시험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기존에 2~3일이 걸리던 검사시간을 13시간 이내로 줄인 이 검사법 개발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패혈증은 인체가 병원균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반응이 나타내는 질환으로, 매시간 사망률이 약 9%씩 빠르게 증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자 10명 중 2~5명은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감염된 병원균의 종류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항균제를 처방해야 한다. 그동안은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항균제 감수성 검사는 먼저 36~48시간이 걸리는 ‘사전배양’ 단계를 거쳐 충분한 수의 병원균을 확보해야 했다. 다음으로 24~36시간의 ‘병원균 동정 및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효과적인 항균제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사전배양 중 초기 단계인 ‘혈액배양’은 병원균의 성장 속도에 따라 최소 1일부터 최대 7일까지도 소요될 수 있어서 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패혈증 예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과제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 검사법은 세계 최초로 혈액배양 단계를 생략한 대신 합성나노입자를 투여해 혈액 속에서 병원균을 직접 분리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이 합성나노입자는 선천면역물질로 코팅돼 있어서 광범위한 종류의 병원균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후 자석을 이용해 이 나노입자만 걸러내면 60분 안에 혈액 속 병원균의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 이어 6시간의 신속배양을 거쳐 감수성 검사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병원균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이전까진 최소 36시간이 걸렸던 전체 사전배양 시간을 7시간 내외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연구진은 사전배양 이후 실시하는 일련의 검사 과정에서도 ‘신속 병원균 동정(QmapID)’과 ‘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dRAST)’를 도입해 최소 24시간이 걸렸던 기존 소요시간을 6시간까지 단축했다.
패혈증 감염 의심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새 검사법은 10㎖의 전혈만으로 모든 검사를 13시간 이내 완료해 기존 검사시간 대비 평균 약 48시간의 단축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신기술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입증된 가장 빠른 속도의 항균제 감수성 검사 기술이라며, 균 식별 수준도 기존의 표준 검사방법과 비교해 100%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감수성 검사의 범주적 정확도는 94.9%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범 교수는 “항균제 감수성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최적 항균제를 적기에 투여받지 못해 안타깝게도 사망하는 환자들이 종종 발생한다”며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가 가능한 uRAST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나아가 패혈증 치료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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