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종착역인 수서, 수서역입니다.”

시속 167㎞로 달리던 지하철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열차가 수서역 승강장에 멈춰 섰다. 기점인 동탄역에서 출발한 지 21분 만이었다. 문이 열리자 지하철 3호선·수인분당선 환승 통로로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에이(A)노선이 첫 평일 영업을 시작한 1일 오전 7시께, 경기 화성시 동탄역 승강장에는 광역급행철도의 본래 주요 역할인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렸다. 흥겨운 국악이 울려 퍼지며 수서행 열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노란색 원 안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 대기선에 줄지어 서 있던 승객들은 차례로 지하철에 올라탔다.

출발 5분 뒤 열차가 부드러운 ‘위잉’ 소리를 내며 속도를 올렸다. 흔들림 없이 고요한 열차 안과 달리 문 위 전광판에 나타난 실시간 속도는 시속 167㎞를 가리켰다. 열차는 출발 14분 만에 성남역, 21분 만에 수서역에 도착했다.


지티엑스 에이 노선은 최고 시속 180㎞의 고속 지하철로, 동탄-성남-수서 총 34.9㎞ 구간을 먼저 운행한다. 배차 간격은 출퇴근 시간은 약 17분, 평소에는 20여분이며 기본요금은 3200원이다. 이동 구간 5㎞ 초과 시마다 거리 요금 250원이 더해져 동탄∼수서 구간 요금은 4450원이다.

첫날 혼잡을 우려해 배치된 수십명 안전요원이 무색하게도, 빈자리를 찾는 것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아침 9시까지 동탄역 상행선 탑승객은 10회 운행 동안 1424명으로, 회당 평균 142명에 그쳤다. 교통약자배려석을 빼도 전체 224석의 3분의 2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통상 교통시설이 생길 때 ‘램프업 기간’이 있다. 동탄이나 성남에 살던 사람들은 원래 타던 교통수단을 바꿔야 하니, 의사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램프업이란 신규 교통시설 건설 후 수요 안정화까지 이용객 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출근길에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 지티엑스 에이 노선을 이용한 전진호(58)씨는 “직장인 가천대학교까지 원래 수서고속철도(SRT)나 광역버스를 탔는데, 에스알티는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고 배차 간격도 길고, 가격도 7400원이다. 반면 지티엑스는 예약도 필요 없고, 배차 간격이나 가격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며 “광역버스와 비교해도 시간이 절반까지 줄어드는 것 같다. 엠(M)버스·지(G)버스는 출근 시간엔 전쟁이라 항상 30분은 먼저 와서 한두대는 보냈는데 이제 그런 고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등굣길에 지티엑스 에이노선을 탄 대학생 양수연(21)씨는 “원래 광역버스를 타고 통학했는데, 2주 전에 고속도로 사고로 2시간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 그런 변수 없이 빠르게 수서까지 갈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면서도 “가격이 조금 부담되기는 한다. 한 3000원 정도만 돼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로 출근하는 이준호(66)씨는 “원래 에스알티로 출퇴근했는데, 앞으로 이것만 이용할 것 같다”면서도 “동탄역이 도보권이 아닌 주민들은 불편할 것 같다. 동탄에 시내버스 다니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역까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티엑스-에이 노선은 올해 6월 말 동탄역과 성남역 사이 구성역이 개통되고, 2026년 말 삼성역을 제외한 전 구간(동탄∼수서∼서울역∼파주운정)이 개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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