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방심위원장 호선 후 전력질주로 택시를 잡아 타는 류희림 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임기 종료 다음 날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어 위원장직을 연임하자 방심위 내부에서 “정당성이 없다”,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방심위 노조는 기습 위원장 호선이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며 방심위 규칙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사내 게시판엔 <류희림씨를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직원 게시물이 올라왔다. 직원 A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6시 50분, 19층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회의 내용을 기록할 속기사도 없이 5인의 여권 추천 위원만 모여 몰래 도둑질하듯 위원장을 호선했다”며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심지어 위원 중 2인은 임기가 채 2주도 남지 않은 전임 기수 위원이었다”며 “9인 위원 구성을 명시한 법률에 어긋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합의제 기구인 위원회의 정체성을 부정한 폭거로서 위원회 현재와 미래를 모두 무너뜨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했다.

지난 22일 5기 방심위원 임기를 종료한 류희림 위원장은 23일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으로 다시 임명된 데 이어 23일 오후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고 6기 방심위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같은 날 임명된 대통령 추천 몫 2인(강경필·김정수) 위원과 함께 이전 기수의 국민의힘 추천 방심위원 2인(김우석·허연회) 위원이 류희림 위원장 호선을 의결했는데, 이전 기수 위원이 다음 기수 위원 위원장을 호선한 건 방심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 지난 24일 올라온 방심위 사내 게시판 갈무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도 위원장 호선과 관련해 규정 위반을 주장하고 나섰다. 방심위지부는 “2008년 위원회 설립 이후, 3년 임기 위원회 출범 시 위원 9인이 구성되기 전에 위원장을 호선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방심위지부는 “위원 9인의 구성을 대통령, 국회의장, 교섭단체 대표 의원이 각각 3명씩 추천(위촉)하게 하여 합의·균형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대통령 몫 위원 3명만 위촉한 상태는 입법 취지와 전제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며 “또 6기 위원회의 운영 및 구성을 책임질 수 없는 5기 위원 2인(허연회, 김우석)이 6기 위원장 호선에 참여한 건 월권”이라고 했다.

방심위 기본규칙에 따르면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선 회의 개최 7일 전 회의일을 지정하거나 2일 전까지 각 위원에 관련 자료를 첨부해 회의소집을 통보해야 한다. 강경필, 김정수 위원 등 23일 임명된 2인 위원들은 임명 당일 급하게 회의에 참여한 것이라 해당 규칙 위반이라는 것이 방심위지부의 주장이다.

방심위지부는 “류 위원장은 호선 직후인 7월24일 어떠한 위원회 업무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예정된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며 “위원장 호선 회의 사전에 회의자료를 첨부하여 위원들에게 통보하면 법률 위반, 송부하지 않고 소집했으면 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심위지부는 “23일 6시35분 류희림 등 3인에 대한 위촉 최초 보도 이후 6시50분 개최 회의 회순을 6시52분에 사내 게시판에 게시 및 결재 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익일 오전 10시 경 뒤늦게 게시됐다”면서 “회의를 공개하고 개회한 후 안건별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도, 방청은 물론 직원 출입도 봉쇄한 상태에서 비공개 회의를 강행했다. 속기사도 없이 임의로 사무처가 녹음한 뒤 뒤늦게 속기 계약 체결을 강행했다. 모두 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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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12 범죄 신고와 119 화재 신고가 잠시라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방심위 업무도 하루라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위원장 호선을) 시급하게 진행했다”며 문을 걸어 잠그고 회의를 기습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선 “회의장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위원장 직무대행이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지시내린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방심위는 오는 30일 전체회의 등 업무를 재개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기 방심위원 2인(김우석·허연회)과 6기 방심위원(류희림·강경필·김정수) 3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법정 제재가 있는 방송소위와 광고소위가 각 5명 정원인데 전체 회의 인원과 같기 때문에 굳이 소위를 열 필요 없이 바로 전체 회의에서 결정해도 된다는 법적 해석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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