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제6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제공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고문 등 학대와 처벌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권고사항들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과거 시설수용 문제부터 군대 내 학대·사망사건 등 국내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담겼다.

지난 26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제6차 한국 고문방지협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이행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 한국에 대한 심의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진행됐다. 위원회가 최종견해를 발표하면 정부는 이를 참고해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다음 국가보고서에 개선 사항을 담아 제출한다.

이번 최종견해에서 위원회는 처음으로 국내 시설수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 필요성을 명시했다. 위원회는 “과거 국가폭력 및 시설수용 피해자 중 극소수만이 구제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법 개정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진정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배·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어떤 구제책이 마련됐는지 내년 7월까지 위원회에 보고하라”고 했다.

군대 내 학대·사망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권고도 했다. 위원회는 “자살을 포함한 군대 내 모든 사망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가해자와 책임자에 대해 사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육군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 등에서 수사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책임자가 처벌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회는 군대 내에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해당 조항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는데, 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 합의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또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감자 1인당 최소 수용 면적이 국제기준(넬슨 만델라 규칙)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법무시설 기준규칙’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용시설의 1인당 최소 수용면적은 2.58㎡로, 국제기준(1인당 5.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위원회는 한국이 교제폭력에 대한 형량이 관대한 편이라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내법상 교제폭력은 별도의 처벌법이 없고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원회는 국내 난민 인정률이 개선되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원회가 ‘난민인정 심사절차 개선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이 추가된 것에 주목했다’고 적었지만, 위원회는 난민 인정률이 낮고 난민 결정 절차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는 점 등에 대해 “우려스럽게 본다”고 명시했다. 법무부 설명과 반대로 난민에 대한 기본적 지원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위원회는 지난 심의 이후 이행되지 않은 사항들을 재차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2017년 심의에서 국내법에 고문의 정의를 명시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권고했으나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강지윤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더라도 규범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권고를 거부하는 태도는 국제법과 인권조약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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