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출근 10시간 만에 비공개 회의에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 후보를 선임하자 1일 다수 아침신문은 1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공영방송을 ‘친윤 방송’으로 만드려는 시도라고 비판했고, 동아일보는 방송 장악을 위한 사생결단식 대결이 국정을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초유의 ‘0인 체제’에서 다시 2인 체제가 된 방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방문진 새 이사진이 임명돼 임기를 시작하면 MBC 사장 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것은 공영방송의 ‘친윤 방송’ 만들기 외엔 달리 생각할 수 없다”며 “방송장악 폭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파국의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방통위 인사는 파행을 반복하고, 22대 국회도 개원 후 두 달 동안 정치 실종을 넘어 ‘진공’ 상태에 빠졌다”며 “티메프 사태와 들썩이는 부동산 문제 등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한데 윤 대통령의 관심은 오직 KBS·MBC 장악 하나뿐인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내고 윤석열 정권의 속도전은 “눈엣가시 같은 문화방송(MBC)을 하루빨리 한국방송(KBS)과 같은 ‘땡윤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문화방송 사장 선임권을 지닌 방문진 이사회를 친여권 성향의 이사들로 채웠으니, 이제 온갖 트집을 잡아 현 사장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박민 한국방송 사장 같은 ‘친윤 낙하산’을 내리꽂으면 방송 장악 막장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이 막장 드라마를 위해 방통위는 ‘2인 체제 의결-탄핵안 발의-자진 사퇴’라는 악순환에 빠져 위원장 2명과 직무대행 1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파행을 겪었다”며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장관급 공직을 한낱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이성을 잃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절차를 생략해가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하는 ‘이진숙 방통위’ 체제를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8월 12일과 31일 각각 임기가 끝나는 MBC와 KBS 이사 선임이 통상 절차를 생략해야 할 만큼 부득이하고 긴급한 안건일 리 없다”며 “야당의 탄핵안 표결에 앞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에 유리하게 바꿔놓으려는 꼼수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이 위원장 취임 직후 탄핵을 예고한 야당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무슨 수를 써서든 공영방송 주도권은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2명 중 1명만 빠져도 방통위 의결 기능이 정지되다 보니 탄핵과 사퇴의 바보 놀음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방송 장악을 위한 사생결단식 대결이 국정 전반을 파행으로 몰고 갈 조짐이다. 왜 방통위를 5인 체제로 정상화할 생각부터 하지 않나”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비판에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직무상 위법을 저지를 시간도 없었는데 탄핵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탄핵을 정략에 이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도 않는다.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준 탄핵소추권을 보복과 방탄, 협박, 정략에 악용하며 상식 밖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규 방통위 상임위원에도 “정치적 편향 드러낸 부적절 발언” 비판

이진숙 위원장과 함께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겨레는 그가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부적절한 발언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탈락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김 위원은 2021년 변호사 개업 뒤 당시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윤 대통령 지지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에서 활동했다. 한겨레는 “같은 해 5월 창립식에서 김 위원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원수를 시해하거나 권좌에서 물리는 걸 두고 반역이라 볼 수 없다’며 ‘자유민주적 시각에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이 오히려 반역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시해’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김 위원이 2021년 낸 책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에서도 극단적 성향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는 ‘좌익단체들이 총동원돼 대중을 선동하고 (이렇게) 모아낸 에너지가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해 정권을 무너뜨리는, 의미가 나름 큰 사변’이라고 말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통령 책임을 묻는 이들에게는 ‘고대 국가 시대에 천재지변 책임을 물어 왕 내지 신지(군장)를 처단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김문수 내정에 중앙일보 “그러니 대통령이 보수 유튜브만 본다는 인식 생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반노동 인식을 드러내 온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김 후보자는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파업을 두고 “불법파업에는 손배소가 특효약”이라고 주장하는 등 반노동적 발언을 일삼은 데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하는 등 이념 편향 논란도 계속돼 온 인물이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김 후보자가 지난해 사실무근으로 판명 난 ‘건설노조원 분신 방조 의혹’ 기사를 공유하며 “충격적”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김 내정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제3지대장인 양회동씨가 정부의 ‘건폭몰이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했을 때 함께 있던 노조 간부 A씨가 양씨의 분신을 방조했다는 거짓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충격적입니다. 죽음은 막고 생명을 살리는 게 올바른 노동조합 정신 아닐까요”라고 적었다. 

해당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김 후보자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09년에는 월례 조례에서 쌍용차 노조 파업을 두고 “자살 특공대”라고 했다. 2019년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임기 중이던 지난해 3월엔 페이스북에 광주글로벌모터스 방문 후기로 “감동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후보자는 강성 노동운동가에서 극우 정치인으로 전향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70년대 노동운동에 뛰어든 뒤 1994년 국민의힘 전신인 신한국당·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였다. 

내정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는 김 후보자의 이러한 노동운동 이력을 부각했다. 기사 제목에서도 <노동운동가 출신 노동 장관, 노동 개혁에 나선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의 비판을 인용한 한 문장 외에는 김 후보자의 극우적, 반노동적 발언은 기사에 싣지 않았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신문들은 김 후보자의 내정이 야권에 밀리지 않으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라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내정 때부터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추진을 예고했을 정도로 야당이 반대한 인물이다. 김문수 내정자 역시 극우적 발언으로 야당, 민주노총 등과는 협상이 불가한 인사”라며 “윤 대통령이 이처럼 야당이 수용할 수 없는 문제 발언을 한 인사들을 발탁한 것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나 노동 문제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태극기 집회의 단골 연사였던 그는 보수 진영에서도 ‘보수색이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그런 김 후보자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야권과 노동계에 밀리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김 후보자 내정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중앙일보는 김 후보자의 극우적 발언을 열거한 후 “그런 그가 노동계와 국회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108석의 여당만으로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야당을 자극하는 오기(傲氣)로 비칠 인사가 거듭되고 있다”며 “그러니 ‘대통령이 보수 유튜브만 본다’는 세간의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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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사설에서 김 후보자 지명은 “최악의 인사 실패로 기록될 것”이라며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노동·극우 인사를 노동부 장관에 앉히려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김 후보자가 이날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 일수가 대폭 감소됐다’는 점을 윤 정부 노동개혁의 성과로 강조했다며 “그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노사법치를 명분으로 노동배제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이해당사자들 간 사회적 대타협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한 축은 양대노총 등 주류 노동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고도의 통합력과 조정력이 필요한 이 일을 분열의 언어를 일삼는 김 내정자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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