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1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강남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극우·반노동 행보로 비판을 받아 온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노동부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 직원 A씨는 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직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거나 창피해하고 있다. 김 내정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 알고 있지 않느냐”라며 “극우 유튜버가 장관이 된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A씨는 “김 내정자는 지난해 경사노위 국정감사 때도 극우적 발언을 해서 퇴장당했는데,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노동부 망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정 이후 노동부 분위기에 대해 “다른 부처로 가야겠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다”며 “허탈해하고 참담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다른 노동부 직원 B씨는 “예전에 경기도지사 시절 119센터에 전화해 ‘나 도지사’라며 (관등성명을 대라고) 한 말, 세월호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이라고 한 발언 등은 공직자로서 좀 아니지 않나”라며 “우려 반 두려움 반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여기서도 (과거처럼) 강경 발언을 할까봐 무섭다”고 했다. 그는 “노사관계를 다루는 노동부엔 노조와 유대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와야 직원들도 일하기 좋은데, 노조를 탄압하려는 것 같아서 우리도 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후임자로 김 내정자를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특히 김 내정자가 강경한 극우·반노동 발언을 쏟아내 비판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의 당혹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보수 정치인으로 전향한 뒤엔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세월호 추모는 죽음의 굿판” 등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가 분신했을 때는 사실 무근으로 판명된 ‘분신 방조설’에 동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등 더 강경한 극우 행보를 보였다. 2022년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두고 “김일성주의자”라고 하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수령에게 충성한다”고 말해 ‘색깔론’ 비판을 받았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경사노위 국감에서 이 같은 발언들이 문제가 돼 퇴장당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노동계와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1일 김 내정자 지명 직후 성명을 내 “인사참사”라며 “윤석열 정권은 김 내정자 지명으로 노동정책 후퇴를 밀어붙이고 노동자와 노조를 몰살할 작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국민을 악으로 규정하는 인사에게 그 어떤 공정한 원칙도, 합리적 중재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 참가하는 한국노총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어렵게 재개된 사회적 대화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경사노위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의 하나”라며 “김 내정자는 노동계를 진정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무너진 노정관계 복원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내정자가) 실질적으로 경사노위 역할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한국노총도 ‘기대할 것이 없는 인사’라는 데에는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강남구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저와 제 아내, 형, 동생 모두 노조 출신인데 반노조라는 말을 하는 분은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인지 묻고 싶다”며 “제가 이야기하면 전부 종북(몰이)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방적인 딱지 붙이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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