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본부, ‘우파 중심으로 인사’ 등 담긴 대외비 문서 공개…사측 “출처 알 수 없어”…고민정 의원 “박 사장 사퇴해야”

문서 타이틀 ‘위기는 곧 기회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KBS언론노조본부에서 열린 ‘KBS 장악·파괴’ 문건 진실규명 촉구 및 관계자 처벌 긴급 기자회견 중 해당 문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한국방송공사(KBS)가 ‘우파’ 임원 등용, 단체협약 무력화 등의 내용이 담긴 ‘KBS 대외비 문건’에 따라 박민 KBS 사장 취임 뒤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 문건에 따라 KBS를 망가뜨리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온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게 된다”고 했다.

KBS본부가 공개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에는 ‘사장 제청 즉시 챙겨야 할 현안’으로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국민 담화(사과) 준비’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 사장은 취임 하루 뒤인 지난해 11월14일 “KBS가 잘못한 점을 사과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건은 ‘취임 즉시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을 해야 하며 ‘우파 중심으로’ 인사할 것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취임 당일 본부장·실장·국장급 등 직원 72명의 인사를 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언론이) 사소한 가십성 이슈를 외교 참사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KBS본부는 “인사규정 어디에도 (승진에) 정치 성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하지 않는다”며 “우파라는 특정 정치 성향을 우대해 간부진을 임명한 것은 인사규정, 방송법과 공사 정관 위반”이라고 했다.

문건에는 ‘이번 단체교섭은 주요 실·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비롯한 독소조항들을 과감하게 폐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된다’며 ‘임명동의 대상인 보도국장 등 5명은 사장 의지대로 임명하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발령을 강행’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 1월26일 박 사장은 임명동의 대상인 통합뉴스룸국·시사제작국 등 5개 부서 국장에 대해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를 냈다.

윤성구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처장은 “사측이 전달한 단체협약안은 임명동의제, 본부장·총국장 중간평가제 등을 모두 폐지하고 노조 활동을 축소하는 내용이었다”며 “받아들이지 못할 안을 왜 줬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문건을 보고 사측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고 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박 사장 취임 후 KBS본부 조합원 중 보직 간부가 된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조합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기대하기 힘든 결과”라며 “(문건은) 무(無)단협도 감수해 KBS본부를 단절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은 이날 “심각한 공영방송 파괴·장악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문건의 작성자·공유자 등 실체를 밝혀야 한다”면서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공영방송 KBS를 무너뜨리고 있는 박민 사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측은 “문건 출처를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한 MBC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정정보도 신청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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