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MBC 2023년 11월2일 기사 '‘국가 연구비 사기?’ 군산대 이장호 총장 압수수색' 보도화면 갈무리.

경찰이 국립군산대 총장의 비위 의혹을 취재하다 군산대로부터 ‘건조물침입죄’로 고발당한 전주MBC 취재진을 검찰에 송치했다. 전주MBC와 언론계는 정당한 과정과 목적으로 이뤄진 취재를 불법으로 재단하는 건 취재 자유 제한이라고 반발했다. 군산대 측은 사전 촬영 허가를 받지 않은 무리한 취재라고 주장했다.

군산경찰서는 지난달 9일 전주MBC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촬영보조원(오디오맨) 등 3명에 대한 건조물침입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전주MBC는 지난해 11월2일 <‘국가 연구비 사기?’ 군산대 이장호 총장 압수수색> 기사에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군산대 이장호 총장을 압수수색하는 현장을 촬영해 보도했다. 이 총장은 정부가 군산대 해상풍력연구원에 지원한 연구비 중 1400여만 원을 연구진과 100여 차례에 걸쳐 고급 한우식당을 방문하는 등 회식비로 썼다는 혐의를 받는다. 전주MBC는 총장실 안에 있는 서류와 명함 등을 총장실 밖에서 확대 촬영(클로즈업)한 영상을 보도했다.

4개월이 지난 3월27일 군산대는 전주MBC 취재진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군산대 측은 고발장에서 “(취재진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총장의 개인 집무실에 총장 및 건조물 관리책임자인 사무국장의 명시적 또는 추상적 의사에 반해 무단으로 침입해 압수수색 장면과 총장실에 있는 서류, 장부 등을 장시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총장실은 행정상 제한구역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전주MBC 취재진은 당시 군산대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취재 목적을 설명했으며,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4층 총장실로 이동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총장실에 들어가지 않은 채 복도에서 클로즈업을 통해 촬영했고, 총장비서실장과 직원들을 만나 압수수색 현장을 촬영하러 왔다고 밝혔음에도 제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취재진에 따르면 경찰은 ‘일반적으로 경비원은 취재차 왔다고 했을 때 제지를 할 수 없으며 군산대 세칙에 따라 총장실은 제한구역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을 냈다. 하지만 취재진은 군산대 측이 구체적으로 제한구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제시하지 않았으며 자의적인 제한구역 설정을 토대로 죄가 된다고 본 것은 무리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 전주MBC 2023년 11월2일 기사 '‘국가 연구비 사기?’ 군산대 이장호 총장 압수수색' 보도화면 갈무리.

전주MBC 변호인 측도 타인의 건조물에 허가없이 들어가는 것이 건조물침입죄의 구성 요건인데, 취재진은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허락받고 출입했으므로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크게 양보해 구성 요건이 성립된다고 해도, 국립대 총장의 범죄 혐의를 보도했고 이와 관련 압수수색 장면을 촬영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시사프로그램의 PD와 촬영감독이 구치소장의 허가 없이 구치소에 수용 중인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접견허가를 받은 다음, 명함지갑 형태의 녹음·녹화장비를 소지한 채 접견실에 들어가 수용자를 취재한 경우,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건조물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011년 대법원은 “신문기자가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활동을 하면서 취재원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취재한 내용을 관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도하는 것은 신문기자의 일상적 업무 범위에 속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설령 건조물침입죄의 ‘침입’ 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침입 경위가 취재 목적이었던 점, 취재 대상이 공적 인물의 공적 사안에 대한 것이므로 정당행위라는 뜻이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에 검찰 송치 이유에 대해 “우리가 봤을 때 건조물침입죄가 실제 성립해 기소의견을 보낸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선 최종적으로 검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에 대해선 “아직 결정 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답하지 않았다.

군산대 측은 취재진이 사전 출입·촬영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산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건물 자체에 들어오는 거야 상관없을 수 있지만, 경비원도 잘 몰랐을 것”이라며 “경비원에게 허락받았다고 해서 총장실에 들어가는 걸 허락받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총장실을 출입하지 않았다는 취재진 주장에는 “촬영하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함부로 촬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제한구역 범위를 묻자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총장의 범죄 혐의를 보도하려면 압수수색 현장 촬영이 용인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총장의 범법사실이 인정이 된 건 아니다.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방송하는 건 대학, 총장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근거에 입각한 보도를 하지 않음에도 언론탄압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MBC기자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정당한 과정과 목적으로 이뤄진 취재를 불법으로 재단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라며 “취재를 방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전주MBC기자회는 경찰에 “비위 의혹 군산대 총장을 비호하는 언론 재갈 물리기 수사를 즉각 철회하라”며 “검찰은 언론 겁박에 동조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을 향해서는 “막무가내 고발을 중단하고, 연구비 유용 의혹에 관해 국민 앞에서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도 같은 날 성명에서 “공권력이 범죄 의혹에는 스스로 눈을 감고 언론 자유는 억압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갈 공권력의 본령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태”라며 “진실을 제대로 알리려는 영상기자와 언론인들의 행보를 멈추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의 카메라는 부정과 불공정의 중심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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