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에는 아직도 1년 전 화마가 남긴 상흔이 남아 있다. 당시 집을 잃은 서부면 어사리의 70대 주민은 지금도 임시 조립주택에 산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 새로 지은 이층집 뒤로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보인다.

집만 보면 믿기지 않지만, 이 지역은 1년 전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곳이다. 지난해 4월 2일 오전 11시 능동저수지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간 축구장(0.714㏊) 1842개 규모의 땅 1337㏊를 태웠다. 다행히 단비가 내리며 겨우 불길을 잡았지만, 주민들은 사흘 밤낮 난생처음 겪는 재난과 싸워야 했다. 지금도 산비탈에 쌓여 있는 검게 탄 소나무를 보면 당시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중리에서 만난 이광수(53)씨는 1년 전 그 때 집을 잃었다. 능선을 타고 넘어온 불길에 순식간에 집이 잿더미로 변했다. 폭삭 주저앉은 이씨의 집 모습은 중앙일보를 비롯해 신문·방송 뉴스에 보도되며,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이씨는 그간 불타 버린 집 잔해를 치우고 그 자리에 새집을 지었다. 정부·자치단체가 준 지원금과 성금에 개인 돈을 보냈다. 새집은 다시 불에 타지 않도록 벽돌로 견고하게 지었다. 지난 1월 준공한 뒤 살림살이도 새로 들여놨다. 이씨는 “아직도 작은 조립식 주택에서 지내는 주민이 많다”며 “하루빨리 (동네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산불 모습. 신진호 기자

정부는 지난해 홍성과 인근 보령·당진·금산·부여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비용을 총 350억원으로 추산했다. 홍성에서는 주택 피해 72명에 23억4100만원, 세입자 9명에 구호비 900만원, 1가구당 100만원씩 생계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산불로 집을 잃은 53가구(91명) 가운데 31가구는 지금도 정부와 자치단체가 설치한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에 살고 있다. 집을 다시 지은 건 중리의 이씨를 비롯해 3가구에 불과하다. 서부면 어사리의 한 주민은 “옛 집터에 새집을 짓고 있지만,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산림 당국은 서부면 어사리에 편백을 심었다. 어른 무릎 높이 정도의 작은 나무였다. 당국은 피해 면적이 워낙 넓어 나무를 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자연복원이 가능한 지역을 제외한 1000㏊에 3년간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올해는 3~4월에 326㏊, 10~11월에 30㏊ 조림을 계획 중이다. 수종은 소나무와 편백 70%에 상수리와 헛개, 아카시(아카시아) 나무 등을 섞어 심기로 했다.

축사나 농업시설 등은 주택에 비해 복구가 더 더디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이 주택 부분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이 많은 탓이다(농·축·임업은 피해 규모의 30~50%만 지원). 마을 전체가 새까맣게 타버린 양곡리의 축사 가운데는 아직 철거도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다.

서부면 양곡리의 함수일 이장은 “(나도) 기르던 돼지가 산불에 모두 타버려 피해가 컸다”며 “겨우 축사를 새로 짓고 다시 돼지를 들였지만, 축산업은 ‘지원 사각지대’라 소외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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