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021년 4월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전투표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선거 이틀 전 후보자를 지지하는 문서를 살포한 행위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처벌 조항과 비슷한 조항이 여러 차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적 있다면 해당 조항도 위헌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시행될 때쯤 증산6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을 맡았던 A씨는 같은 구역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다른 주민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었다. A씨는 같은 해 3월29일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만나 본인이 추진하는 민간 재개발 사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했고, 그 뒤에는 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도시정비활성화 특보 임명장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오 후보가 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 점을 고려해 오 후보가 당선되면 자신이 추진하는 민간 재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관련 문서를 작성했다. A씨는 해당 문서 약 300장을 42개 건물의 우편함에 넣었다.

검찰은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옛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의사는 물론 정당 명칭이나 후보자 성명이 들어간 인쇄물·사진·벽보·문서 등을 살포하거나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A씨는 해당 문서를 뿌린 것이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1·2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오 후보를 만나 재개발 규정 완화 요청서를 제출하고 특보로 임명된 점을 고려하면 오 후보의 재개발 정책 등을 알리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오 후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서 오 후보가 유리한 영향을 받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해당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던 점을 들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93조의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 ‘광고, 문서·도화 첨부·게시’ ‘인쇄물 살포’ 부분에 대해 “선거일 전 180일이라는 규제 기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없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문서 살포’는 헌재 결정의 심판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헌재가 밝힌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A씨의 ‘문서 살포’ 행위에 대해 앞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인쇄물 살포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재의 결정이 있다면 같은 조항의 내용인 ‘문서 살포’를 처벌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 절차 등의 필요성에 대해 심리했어야 한다”며 원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선거대법원헌법재판소공직선거법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