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폭염경보가 이어진 지난달 3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 최장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에 전국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화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5일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대구 지역 간밤 최저 기온이 26.3도로 관측돼 열대야가 지난달 20일부터 5일까지 16일째 지속하고 있다.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상 관측 이래 대구 지역 열대야 최장 기록인 21일(2001년)을 새로 쓸 가능성이 크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강원도 강릉 지역은 지난밤 열대야가 지속하면서 이미 최장 열대야 일수를 경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17일째 열대야를 기록한 것으로 이는 2013년 16일 연속(8월 3∼18일) 열대야가 발생한 이후 역대 최장 연속 열대야다. 강릉은 지난 1일에는 밤 최저기온이 31.4도를 기록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1년 이후 113년 만에 가장 더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강원 강릉지역에 지난달 19일부터 열대야가 나타난 가운데 자정이 넘은 지난 4일 새벽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이 더위를 피해 나온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밤마다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며 새벽을 맞는 모습이 경포해수욕장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부는 베개까지 들고나와 잠을 자다가 해가 뜨면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강릉 주민은 시원한 자연 바람이 부는 솔바람다리에도 몰리고 있다. 솔바람다리는 남대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강릉과 인접한 해발 832m의 평창 대관령 정상에도 강릉 주민들과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주민 권모(44)씨는 “열대야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서 밤이면 시원한 자연 바람이 부는 장소를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 더위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기준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10.6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는 열대야 일수가 8.8일로 이미 7월 기준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기존 기록은 1994년의 8.5일로, 평년(1991~2020년) 2.7일 보다 3배가 넘는다. 서울과 광주는 지난달 21일 이후 15일째, 제주는 7월 15일 이후 2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륙(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으면서 장마가 끝난 뒤부터 무더위가 지속하고 있다. 오는 6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5~40㎜의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지만, 소나기가 지나가면 습도가 올라 체감온도는 더욱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온도 35도 안팎 무더위는 광복절 무렵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4일 오후 6시55분쯤 대구시 군위군 의흥면 한 참깨밭에서 일하던 7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당시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발견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1명을 포함해 1546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사망 19명을 포함해 1536명이 폭염 피해를 봤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설치된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 밑으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는 시가 발주한 모든 사업과 공사 현장에 폭염 위험 시간대에 공사 중지를 권고하고 건설 현장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로 했다. 광주시는 온열 질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농촌 마을 순찰대, 재난 예·경보 방송, 재난문자 발송, 그늘막 운영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홀로 일하는 고령의 농업종사자, 배달노동자 등에 대한 특별 안전관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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