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간부 고인 빈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8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망 전 자신의 지인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수뇌부가 종결을 밀어붙여 괴롭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A국장,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기관 이첩 주장

8일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소방본부, 권익위 등에 따르면 권익위 소속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권익위에서 최근까지 부패방지국의 국장 직무 대리를 수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등의 조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별도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된다. 아직까지 유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A씨의 지인을 통해 A씨가 사망하기 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일 한겨레에 따르면 A씨는 지인에게 최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이 '종결' 처리된 것과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수사 기관에 넘기지 않고 종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야권 성향 권익위원들은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A씨도 김 여사 사건 처리와 관련해 종결이 아닌 '수사기관 이첩'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A씨의 지인은 "지난 6일 문자메시지로 A씨가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하다.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해 '조금만 참으면 역할을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했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또, "지난 6월27일엔 술자리에서 전화를 걸어와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8일 숨진 채 발견된 권익위 공무원이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사진=한겨레]

민주 "윤 정권 외압 피해자" "상임위 차원 진상규명"

더불어민주당은 A씨의 사망에 대해 "윤석열 정권 외압 피해자"라며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정청래 의원은 9일 최고위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좌절 모욕 느끼게 한 핵심적 치부"라며 "도덕적 양심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공무원들이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들이 출장 뷔페 가듯이 김 여사 앞에 불려 가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뺏기고 수사했다고 하니 국민권익위야 오죽했겠냐"며 "예외, 특혜,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던 검찰총장도 결국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윤석열 정권 무도함이 끝내 아까운 한 공무원의 목숨 앗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죽이기에는 전대미문의 폭력을 휘두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은 정권 명운 걸고 철통방어했다. 이러니 윤 정권을 두고 전두환 정권보다 더 잔인하고 이명박보다 비열하고 박근혜보다 무능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은수 최고위원도 "A국장의 죽음으로 그 결정 과정이 얼마나 부패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면서 "권익위 직원들이 얼마나 자괴감이 들었을까.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바로 사과했으면 이렇게까지 죄 없는 사람을 괴롭게 하지는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9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또 다른 윤석열 정권 수사 외압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 권력 농단 앞에서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 양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백해룡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과 이번 부패방지국장까지, 진상 규명을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8일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인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면서 자랑으로 여겼을 국가권익위라는 조직을 윤석열 정권이 망가뜨렸다"며 "김건희씨의 디올백 수수에 대해 제재 규정이 없으므로 위반 행위도 없다는 황당한 결정을 내린 이후 권익위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 한 사람을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고통과 모멸감을 안긴 사람들은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더는 정치적 타살에 가까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국 혁신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썼다.

안철수 "여야 필사적 싸움, 공무원 벼랑 끝" 유승민 "나라가 정상인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며 양비론을 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극단적인 대결과 혐오의 정치,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며 "최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처리를 두고 실무를 맡은 공직자들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과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며 "선량한 공직자들이 정쟁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일도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지금 이 나라가 과연 정상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보도대로 권익위의 종결 처리가 부패방지국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면 이 나라의 부패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며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이 법이 이렇게 형해화되고, 공직자의 배우자들이 앞으로 유사한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못하게 된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유 전 의원은 "권익위의 공무원이든, 해병대 수사단의 군인이든, 공직자들이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본인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정의가 바로 선다"며 "이것이 정치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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