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보수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사고현장에 9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문재원 기자

또다시 서울 지하철역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에만 4번째 사고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잇따르면서 당국의 대책 마련과 안전 점검은 그때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전 점검 등 대책이 현장 상황과 다른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노동자 사망사고가 다시 벌어진 건 9일 새벽 2시21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9번 승강장에서였다. 선로 위 전체 차선을 보수 작업 중이던 모터카(보수 작업이나 재료 운반 등에 쓰이는 궤도차)가 옆 선로를 점검하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근에서 작업을 하던 코레일 본사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은 다리가 골절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한 두 노동자는 각각 코레일에 2018년, 2021년 입사한 30대 초반의 직원들이었다.

이날 경향신문이 찾은 사고 현장에는 폴리스라인(통제선)만 덩그러니 쳐져 있었다. 역무원들은 “사고로 인해 광명행 열차는 9번 승강장이 아닌 3번 승강장을 이용해야 한다”며 승객들을 안내하기 바빴다. 역사에서는 “열차 운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방송이 연신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폴리스라인 쪽을 바라보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일부 승객은 역무원들에게 “무슨 사고가 난 거냐” “사망 사고인 거냐”며 묻기도 했다.

현장 상황을 조사 중이던 코레일 관계자는 “하행선 쪽에서 작업대를 올려 점검하고 내려오는 작업을 선로 위에서 반복하던 중에 상행선에서 오는 점검 차량에 작업대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장을 방문한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은 “오전 중 영등포역에 보관되어있는 상행선 점검 차량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사고 상황 파악을 위해 구로역에 보관 중인 모터카의 상태를 조사할 예정”이라 밝혔다.

코레일과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코레일 관계자는 “오늘 새벽에 있었던 작업의 작업 계획서는 예전부터 나와 있었고 안전 교육과 관련해서도 특이 사항이 파악된 바가 없어 미리 정해져 있던 작업계획대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하철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올해 서울에서만 4번째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하던 50대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감전 사고로 사망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에서 조명등을 설치하던 서울교통공사 용역업체 직원이 감전 사고를 당해 숨졌다. 서울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역에서도 일용직 노동자가 지하철 비상 유도등을 추가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망 사고에 “안전 조치가 서류상으로만 이뤄지고 실제 현장과 괴리돼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난달 삼각지역 사고 당시에도 작업계획서에는 실제 현장의 상태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다”며 “작업 자체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돌발 상황에 대한 내용 역시 안전 계획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도 이날 “일어나선 안 될 참사였다”며 “사고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우선 문제가 되는 지점은 차단작업”이라고 짚었다. 노조 측은 “만약 작업선 옆 선로를 차단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작업 시 인접 선로를 차단하라는 강제조항은 없다”며 “안전 메뉴얼 점검이 필요하다. 위험요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현장과 동떨어지거나 미흡한 조항은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코레일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의 문제점은 형식적으로는 위험성 평가나 안전 교육은 실시하고 있지만 디테일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며 “사후적으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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