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청사 앞에서 지명 소감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차기 검찰 수장으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을 지명했다. 정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각종 사법 리스크를 떨쳐버리지 못한 윤 대통령이 용산·검찰 간 관계와 검찰 조직 안정을 감안해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 내정자는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대신 수사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 내정자는 윤 대통령의 부친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의 고향인 충남 공주 출신으로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법무부 검찰과장·기획조정실장, 서울동부지검장, 대검찰청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자유선진당 대표를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장남이다.

심 내정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일하면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심 내정자는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강행하자 반대하다 결재 라인에서 배제됐다.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심 내정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해 지난 1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의 인연이다. 김 수석 역시 검사 시절 역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혔다. 김 수석과 심 내정자는 2005년 대검에서 기획과장과 검찰연구관으로 만났고, 2007년엔 법무부 검찰과장과 검찰과 검사로 같이 일했다. 심 차관이 법무부 검찰과장이던 2014년 김 수석은 검찰국장으로 직속상관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심 내정자는 김 수석의 총애를 받아온 인물”이라며 “평검사가 대검, 법무부 등 핵심 기획청만 오가는 건 전무후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심 내정자는 김 수석의 ‘페르소나’”라고 평가했다.

검찰 안팎에선 임기 후반기를 맞는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 안정화를 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내에서도 독보적인 ‘엘리트’로 꼽히는 심 내정자는 차분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를 놓고 이원석 검찰총장(27기)의 반발을 경험한 윤 대통령이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 것을 총장 선택의 우선순위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수석과 심 차관의 관계를 고려하면 대통령실과 검찰 사이에 인사나 수사를 둘러싼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임관혁 서울고검장(26기)·신자용 대검찰청 차장(28기)·이진동 대구고검장(28기) 등 총장 후보로 추천됐던 다른 검사들은 이 총장처럼 수사에 강점이 있는 ‘특수통’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심 내정자는 대통령실과 부딪히는 일은 절대 안 할 것”이라며 “‘검찰이 권력 앞에서 너무 기었다’는 지적을 해소해주진 못하겠지만, 흔들리는 조직을 다독이는 능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 연소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 총장보다 윗기수로 거슬러 올라간 것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있다. 신 차장이나 이 고검장이 검찰 수장이 될 경우 27기 이상의 대규모 이탈로 검찰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심 내정자는 이날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검찰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 내정자는 김 여사 특혜조사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다만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정립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검찰총장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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