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난 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잡초만 무성하다. 허허벌판 간척지에 들어섰던 텐트 2만5000동과 화장실·샤워장 등은 모두 철거된 채 대회 기간 운영본부 등으로 쓰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사진은 최근 모습. [사진 독자]

개막 8일 만에 참가자 전원(156개국 3만7000여명)이 조기 퇴소해 ‘국제적 망신’이란 오명을 남긴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끝난 지 꼭 1년이 지난 가운데, 대회장 철거 후 남은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개발 주체인 새만금개발청이 고민에 빠졌다. 전북특별자치도·부안군·김제시 등 관할 지자체마다 원하는 ‘그림’(용도·업종)이 다른 탓이다.

새만금개발청은 12일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MP) 변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말 MP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새만금위원회 심의·승인을 거쳐야 잼버리 부지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잼버리 부지는 여의도 3배 크기의 간척지(8.8㎢)다. 새만금 전체 개발 면적(291㎢) 가운데 관광·레저 용지(31.6㎢)에 포함됐다. 정부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기금을 끌어다 잼버리 부지 매립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17년 12월 해당 부지를 농업용지로 바꿨다.

전북자치도 등에 따르면 2017년 잼버리 유치 확정 이후 정부는 이곳에 6년간 1171억원(부지 매립비 1846억원 제외)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원상 복구 계획에 따라 기반 시설(259억원)·야영장(129억원)·대집회장(30억원) 등에 들어간 최소 400억원 이상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대회 직전 완공한 야영장 내 화장실·샤워장·급수대·분리수거장과 전력 시설(가로등·발전기), 통신 시설(통신주·사이렌) 등도 모두 철거됐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4월 말 잼버리 대회장 철거를 마무리한 뒤, 지난 6월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넘겼다. 대회 내내 부실한 준비와 운영 미숙 등으로 질타를 받은 잼버리 조직위는 지난달 11일 해산했다. 지난해 8월 12일 폐막한 지 11개월 만이다.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난 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잡초만 무성하다. 허허벌판 간척지에 들어섰던 텐트 2만5000동과 화장실·샤워장 등은 모두 철거된 채 대회 기간 운영본부 등으로 쓰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사진은 최근 모습. [중앙포토]

철거 작업이 끝난 허허벌판에는 현재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이하 센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전북자치도가 도 예산 450억원을 들여 9만7731㎡ 부지에 지상 3층 규모(3516㎡)로 지은 건물이다. 잼버리 대회 기간에는 잼버리 병원과 운영본부 등으로 활용했고, 올해 6월 야영장·오토캠핑장 등 부대 시설 공사를 마무리해, 현재 새만금개발청 준공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센터를 운영하는데 매년 22억원과 인력 35명이 필요하다.

박현규 전북자치도 특별자치교육협력국장은 “애초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세계스카우트센터를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유치가 어려워 다양한 운영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전북자치도 직영 ▶전북교육청·부안군 등 다른 공공기관·지자체 운영 ▶민간 위탁 등 센터 운영의 주체·방식 등을 담은 조례를 다음 달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부지 활용을 놓고 기관·지자체 간 수싸움도 치열하다. 새만금개발청은 애초 용지 기능을 살려 관광·레저 관련 기업 유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부안군은 관광과 접목할 수 있는 컨벤션 센터나 특산품 판매시설, 드론 실증·자동차 자율주행 등 R&D(연구·개발) 분야를 선호한다. 대규모 농지를 가진 김제시는 식품산업 분야 산단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김관영 지사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은 방위산업 등을 밀고 있다. 양건식 새만금개발청 관광진흥과장은 “정부 부처·지자체 등과 협의해 용도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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