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시 아인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교실을 찾아 일일 특별 교사로 학생들에게 우주와 로켓 관련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행한 늘봄학교 안착에 애를 쓰고 있지만, 프로그램을 맡는 방과후 강사들의 처우가 열악해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늘봄학교에 투입된 방과후 강사들은 낮아진 수강료, 짧은 계약 기간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여러 초등학교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강사 구인난이다. 늘봄학교 운영 초등학교에선 지난달 ‘강사 수당 인상 희망’‘교내 봉사자를 늘봄학교 교육프로그램 강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등의 건의사항을 담아 일선 교육청에 올렸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교육과 돌봄을 결합한 방과후 교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늘봄학교 강사들은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미술이나 스포츠활동 등을 담당한다.

늘봄학교 강사 구인난의 주요 원인은 낮은 강사료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방과후학교에선 학생수에 따라 ‘인당’ 강사료를 책정했는데 늘봄학교는 수업시수 기준으로 ‘시간당’ 강사료를 지급한다. 학생수가 많았던 강사일수록 늘봄학교에선 강사료 감소폭이 더 크다. 초등학교 방과후 클레이·공예 강사인 우정숙 대구 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 분과장은 “한 주에 50만~60만원을 받던 강사 기준으로 보면 늘봄학교 체제에선 30만원 안팎으로 절반 정도 수강료가 감소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기존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경감을 위해 2007년부터 도입됐다. 현재 늘봄학교는 1학년 중심으로 운영되고, 나머지 학년은 주로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강사료는 지역별로도 차이가 난다. 교육부는 시간당 강사료 4만원을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대구 등은 시간당 3만5000원을 강사료로 지급한다. 강사 구인난이 심해진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시간당 6만~8만원까지 강사료를 올렸다.

늘봄학교 강사들이 수업시수를 늘려 수입을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방과후에만 수업이 한정돼 수업시수 자체가 길지 않은 데다, 각 시·도 교육청이 개별 강사의 주당 수업 시수를 15시간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강사분들이 주 15시간 이상 수업을 맡으면 주휴수당 지급이나 무기계약직 전환 가능성 등의 쟁점이 생길 수 있어 부득이하게 제한을 뒀다”고 했다.

최근에는 위탁업체가 늘봄학교 운영 학교와 계약을 맺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미술 강사인 안미연 경남 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 분과장은 “늘봄학교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진 학교에선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어 강사 수급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어 방과후학교를 운영했던 초등학교는 전체의 33%였다. 위탁업체 소속 강사들은 강사료의 20% 정도를 업체에 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에 강사료는 더 줄어든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모두 “위탁업체에 강사 채용을 맡기는 것은 학교의 자율”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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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계약기간이 한달도 되지 않거나,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늘봄학교 운영을 시작한 이후 일부 초등학교는 방과후 강사와 계약기간을 3주로 했다. 현재 교육청마다 방과후 강사와 계약을 맺는 기간은 3~12개월로 크게 차이가 난다. 사전고지는 됐지만 일부 강사들은 프로그램 조정, 위탁업체 도입 등을 이유로 3주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입학생들의 적응기간이라 부득이하게 단기 계약을 맺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늘봄학교 확대 시행을 통해 학부모들의 돌봄,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방과후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에 기반해 늘봄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적지 않은 수의 방과후 강사가 아이를 키우는 경력단절 여성이면서 학부모다. 우 분과장은 “강사분들도 자녀의 동선과 일정에 맞춰 업무 스케줄을 정하는데 지금과 같이 저임금·단기 계약 형태로는 아이 돌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방과후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강사 구인난이 심화돼 늘봄학교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질이 낮아져 학생들이 학교보다는 사교육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는 늘봄학교의 도입 취지와도 충돌한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아현초등학교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축구에 참여한 학생들이 선생님과 다양한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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