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천왕봉 바위글씨 조사를 위해 분필 작업 중인 연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일제를 물리치고자 하는 의병의 염원이 담긴 바위글씨가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아래 바위에서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13일 바위에 적힌 글씨 전문 촬영본을 공개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연구진이 기초조사를 한 결과 전체 폭 4.2m, 높이 1.8m의 자연석 바위에 392여개의 글자가 새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발견 당시 바위글씨의 글자는 전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연구진 의뢰로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원 부원장과 한학자 이창호 선생이 판독한 결과 이 바위글씨는 구한말 문인 묵희(墨熙)가 지은 글귀로 파악됐다. 1924년 7월1일 지리산 천왕봉 밑 바위에 새겨졌다.

글귀엔 “오랑캐(일제)를 크게 통일하여 문명이 밝게 빛나고 넓게 퍼져가는 날을 반드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스스로 울분과 원통함을 금치 못하고서 피를 토하고 울음을 삼키며 남악(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만세 천왕의 대일통을 기록한다”고 적혀 있다.

최 부원장은 “천왕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어 오랑캐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한 것이 석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바위글씨 스캔본. 국립공원공단 제공

이 바위글씨는 지리산에서 의병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권상순 의병장의 후손이 2021년 9월 처음 발견했다. 권 의병장의 후손이 지난해 11월 국립공원공단에 이를 알리면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바위글씨가 전국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194개의 근대 이전 바위글씨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글자수도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정상에서 일제에 대항한 의병과 관련된 바위글씨가 발견돼 지리산 인문학과 지역학 연구에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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