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해 6월 엔데믹 선언 이후 1년여 만에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면서 한달 새 입원환자가 10배 가량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료제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며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대책반 반장을 국장급에서 청장으로 격상하고 치료제 확보에 속도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마스크 미착용·낮은 백신 접종률으로 확산.. 치명률 0.1% 수준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을 표본 감시한 결과 올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6월 말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환자 수는 7월 첫째 주 91명을 시작으로 둘째 주 148명, 셋째 주 225명, 넷째 주 465명에서 8월 첫째 주에는 861명으로 일주일 만에 약 2배 늘었다. 한달 사이 약 10배 증가한 셈이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입원환자 수 1만2407명의 65.2%(8087명)로 가장 많았고 50~64세 18.1%(2251명), 19~49세 10.3%(1283명) 순이었다.

이번 유행은 코로나19의 오미크론 계열 변이종인 KP.3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P.3는 중증도와 치명률이 높지 않지만 면역회피능력이 커 백신을 맞았거나 자연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도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주요 증상은 초기에 발열, 근육통과 인후통으로 시작되고, 이후 기침 등이 동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한 경우 폐렴이 발생하여 기침, 가래와 호흡곤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누적 치명률은 미국의 계절 독감 치명률 이하 수준인 0.1% 정도다.

양진선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12일 브리핑에서 "KP.3가 먼저 유행한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 데이터가 나오고 있지만 전파력이나 치명률이 높아졌다는 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고령층의 경우 위험성을 경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65세 이상은 아직도 독감보다는 치명률이 높다"며 "독감 때문에 매년 2~3천 명 정도 우리나라에서 사망한다. 독감을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유행은 폭염으로 실내 활동이 늘어나고 마스크 착용은 줄어든 것이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올해 초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실시했으나 접종율이 저조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홍정일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은 계절적 영향과 행동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방학·휴가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행동변화가 일어나 유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8월 말에는 지금보다 환자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료제 사용량, 한달 전보다 33배 급증.. "약국에 약이 없다"

의료 현장에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품귀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치료제의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분에서 7월 다섯째 주 4만2000명분 이상으로 33배 급증했다.

이에 질병청은 코로나19 치료제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고 시·도 주관하에 지역 내에서 수급 관리 물량을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공급하도록 했다. 개별 약국이나 병원의 경우 정기 공급 물량이 도착하기 전에 치료제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소재지 보건소를 통해 수급 관리 물량을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다.

손영래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관리국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사용량이 입원환자 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재고가 남아 있지만 빠른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공급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구매 절차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 여름 대유행을 한차례 겪은 만큼 이번에도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고 전단 체계를 개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12일 유튜브 김어준의뉴스공장에서 "코로나 치료제는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약국이나 의원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사서 각 지역별로 배분해주고 보건소 통해서 약국으로 가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빨리 빨리 대응이 안되고 있다"며 "처방전을 받았는데 약국에 가니까 약이 없다는 사례도 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이번 변이는 일반 감기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젊은 층은 해열제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홍정일 국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치료제는 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 중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및 감염 취약 시설 입원·입소자는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고위험군이 아닌 12세 이상 일반 국민은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진단키트 공급량도 늘린다.

장민수 식약처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생산 업체들을 파악해보니 8월 중에 약 5백만 개 이상 공급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7월 말부터 증산에 들어간 상황이며, 이번 주부터 자가 검사 키트 수급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대책반을 1개반 2개팀에서 1개반 5개단(상황대응단, 상황총괄단, 진단분석단, 질병데이터 분석단, 예방접종관리단) 12개 팀으로 확대해 더욱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책반장도 감염병위기관리국장에서 질병청장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지영미 청장은 12일 "현재 환자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65%를 차지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실내 환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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