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가 15일 오전 0시 방영한 'KBS 중계석'의 한 장면. 올해 6월 29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오페라 '나비부인'의 녹화본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광복절 새벽에 공영방송 KBS에서 기미가요가 부분 연주되는 오페라를 틀었다. 또 아침뉴스의 날씨예보 그래픽에서는 좌우가 뒤바뀐 태극기가 그려졌다. 광복절에 벌어진 '방송사고급' 논란에 시청자 게시판은 "미친 것 아니냐"며 청원까지 올라왔다.

KBS는 15일 새벽 0시 'KBS 중계석'을 통해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가운데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 1부 공연 녹화본을 방송했다.

나비부인은 올해로 서거 100년을 맞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3대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작품으로 미국이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1900년대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에 파견된 미 해군 장교 핑커톤과 게이샤가 된 나비부인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여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는다. 또 결혼식 장면에서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선율이 흘러나온다.

이탈리아 작품이긴 하지만 왜색이 선명한 오페라 작품이 광복절 새벽에 방영되지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게 하느냐", "광복절에 왜 굳이 나비부인을 편성했느냐"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또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 건가 싶습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오후 2시 기준 1만2000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30일 동안 1000명의 동의를 받으면 KBS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데 불과 반나절만에 답변 기준의 12배가 넘어섰다.

또 인터넷 게시판에도 항의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나비부인은 유럽인이 가진 동양적 환상인 자포니즘을 잔뜩 가미해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결혼식에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것 또한 실제 일본 결혼식에서는 있지도 않은 일을 동양적 판타지를 넣었을 정도로 푸치니는 일본에 가본적도 없었다"며 "하지만 역사 배경을 이해하고 작품으로만 보면 당대 유럽인들이 왜 그리 좋아했고 푸치니의 역작이라고까지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작품 자체는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볼만 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지만 왜 나비부인을 오늘(광복절)에 하느냐.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논란이 안되게 생겼나"라고 비난했다.

설상가상으로 KBS는 아침 뉴스 시간의 일기에보 시간에 좌우가 뒤바뀐 태극기 그래픽이 배경화면으로 송출됐다. 워낙 작은 그림이라 금방 알아채지 못하지만 이를 확대하면 태극 무늬도 뒤바뀌었고 건곤감리 위치 역시 반대로 되어 있어 마치 태극기 뒷면을 비춘 것처럼 그려져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기모노 논란이 있는 나비부인 방영에 태극기까지 거꾸로 송출하는 KBS 가지가지 한다" "이러고도 시청료 가치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글을 SNS을 통해 올리고 있다.

[사진=KBS 화면 캡처]

이재명 "제 정신을 잃었거나 의도 가진 도발", 노종면 "친일매국 잔당이 일본에 바친 공물"

정치권도 반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이날 SNS을 통해 "하필 광복절에 기미가요인가. 제 정신을 잃었거나 의도를 가진 도발"이라며 "독도 방어훈련 실종, 독도조형물 철거, 일본해 표기 방치, 독도침탈 사례 게재 중단, 독도 근해 한일군사훈련, 독도를 외국(소재 공관)으로 표기,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하는 등 셀 수조차 없는 독도침탈 방치와 동조는 국토참절행위이다. 지하의 독립투사들이 톤탄한 일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고 비판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을 통해 "KBS를 장악한 세력의 실체는 친일매국 잔당들이었다. 광복절 0시에 맞춰 공영방송, 채널 9번에서 기모노를 보고 기미가요를 듣게 하다니"라며 "KBS 중계석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오페라 나비부인. 친일매국 잔당이 머리 굴려 의도적으로 일본 왕과 자민당 정권에 바친 공물"이라고 힐난했다.

전용기 의원 역시 SNS에서 "대한민국 독립을 기념하는 광복절이 되자마자 KBS에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이 방송됐다. 광복절에 기모노를 입고 기미가요를 부르는 모습이 방영됐다"며 "공영방송 역할을 완전히 저버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광볼절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오페라를 방영한 것은 개탄스럽다 못해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들불처럼 타오르자 KBS는 공식 입장을 통해 "원래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하게 됐다.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하게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 오늘 방송 예정이었던 나비부인 2부는 다른 공연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이승만 대통령 다큐 영화 편성

앞서 KBS는 이승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이날 오후 11시 10분 '독립영화관' 광복절 특집으로 방영하기로 지난 12일 확정했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30분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이지만 KBS 측은 "광복절을 맞아 다양상 측면에서 평소와 다른 목요일 15일에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적의 시작은 전국 동원 관객 2만여명이 그쳤고 이승만 대통령 미화와 칭송으로 가득한 편향적 역사관을 담은 작품"이라며 "친일을 잊고 독재를 부정하는 자들이 공영방송에 억지 주장을 내보내려는 시도다. 방영 결정을 취소호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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