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 기자를 겨냥해 과거 군 정보사 군인들이 정부 비판 칼럼을 연재하던 기자를 칼로 찌른 사건을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MBC 뉴스 갈무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KBS앵커 출신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 오찬 자리에서 MBC 기자를 겨냥해 과거 군 정보사 군인들이 정부 비판 칼럼을 연재하던 기자를 칼로 찌른 사건을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단체와 야당은 명백한 언론 협박이라며 황 수석 경질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황상무, 고 오홍근 기자 테러 사건 언급하며 "MBC는 잘 들어.. 농담이다"

MBC기협 "황상무 수석은 잘 들어라.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 반발

14일 MBC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이날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후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이다. 지난 1988년 월간지에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연재하던 오홍근 기자가 군 정보사 군인들에 의해 당한 테러를 가리킨다. 당시 오 기자는 회칼 습격을 받고 허벅지가 길이 30cm, 깊이 4cm 이상 찢겼다.

당시 국방부 수사 결과 이 사건은 정보사 예하부대 현역 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오 기자가 월간중앙 1988년 8월호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MBC는 황 수석이 이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오 기자가)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쓰고 했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라고 말했고,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는 질문에는 농담이라는 말과 함께 '정보보고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인 황 수석은 지난해 11월 강승규 전 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와 통일부·정치부와 뉴욕 특파원, 사회부장 등을 거쳤다.

언론인 출신인 황 수석의 이날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을 두고 정부와 줄곧 갈등을 겪고 있는 MBC를 상대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직접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 수석은 이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순 있지"라고 말했다. 극우가 주장하는 북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보도 후 MBC 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MBC 기자협회는 15일 성명에서 "황 수석의 발언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언론인 테러를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언론관이 경악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전용기 탑승 불허, 소송, 강도 높은 세무조사,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잇단 중징계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MBC에 온갖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황 수석의 회칼 테러 언급이 MBC 기자들에게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더 말이 필요 없다. 황상무 수석은 잘 들어라.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성명을 내고 "말 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할 발언"이라며 "MBC 역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하면 극단적으로 응징당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잘 들어라. 당장 황 수석을 해임하고 직접 사과하라.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의 목을 조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MBC는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시작으로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MBC뉴스 갈무리]

민주 "반역사적이고 몰지성적 발언" "시민사회 수석이 조폭이냐"

민주당도 "황 수석의 망언은 반역사적이고 몰지성적 발언"이라며 황 수석 경질을 요구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15일 "전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문화방송 앞 집회 종용' 발언에 이어 황 수석의 '회칼테러' 협박까지 윤석열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은 언론공작정치를 하는 자리인 것인가. 방통위와 방심위, 감사원까지 동원한 문화방송 장악이 좌절되자 이제는 테러지침까지 내리는 것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황상무 수석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공작을 모의하고 직접 회칼로 허벅지를 찌른 당사자들이 선고유예를 받는 등 유야무야 역사에 묻혔다. 오홍근 기자는 평생 한과 울분을 간직한 채 2022년 유명을 달리했고 유가족들의 고통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황 수석은 MBC와 오홍근 기자 유가족에게 석고대죄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에 대해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한 셈"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사회수석이 조폭이냐. 저런 저열한 인식을 갖고 있는 자가 시민사회수석이라니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도 황 수석의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김한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정권의 입맛에 맞추지 않으면 칼로 찌를 수 있다는 협박은 '정권이 지켜주리라'는 믿음과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투표로 책임지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며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언론관" 이낙연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

제3지대 야당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밤 SNS를 통해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인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게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자 앞에 두고 할 농담인가"라며 "황 수석 본인도 언론인 출신인데, 그 말이 위협으로 들릴지를 판단하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5‧18 언급에 대해서도 "5.18에 대한 인식은 더 황당하다. 지긋지긋한 5.18 배후설"이라며 "대통령께서 극우 성향의 유튜브를 즐겨 보신다고 유튜브 진행자가 주장하더니, 그걸 따라 정부 인사 모두 극우 유튜브의 개똥철학을 국정 기조로 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도 황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상임고문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의 언론인 테러 망언이 충격적"이라며 "황 수석의 망언은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주의와 언론 환경이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세동 녹색정의당 부대변인도 이번 일을 두고 "대통령실의 언론에 대한 명백한 살해협박"이라고 논평했다.

또 "황 수석은 해당 자리에서 5.18 북한군 배후개입설까지 언급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 수준의 아무 말이나 하고 다니는 게 이제 이해가 된다. 주변 참모가 다 이 모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런 막장 태도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시민사회수석 역할을 수행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며 "당장 사퇴하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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