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건설현장 노동조합 불법행위를 ‘건폭’으로 지칭하며 강력 단속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 ‘건폭’ 등 표현은 노동조힙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과도한 발언이므로 이를 삼가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윤 대통령에게 의견 표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 등을 보면 인권위는 민주노총·건설노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가 낸 진정 사건에 대해 “노동권 보호의 책무를 진 국가기관 등으로서 노조와 노조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 결정은 지난 2월 이뤄졌다.

앞서 민주노총 등은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 13명이 “노조 활동을 폄훼하고 ‘건폭’ ‘기생충’ 등 비하 표현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며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가 다수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는 점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강성노조의 불법과 패악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권위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국무회의에서 건설 노동자를 ‘건폭’으로 표현하며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2022년 11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극소수 강성 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인 집단행위”라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화물연대를 ‘조폭’으로 빗대고 건설노조를 “노동자들의 빨대”라고 깎아내렸다.

인권위는 발언만으로 ‘평등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로 진정 본안을 각하했다. 하지만 “노동권 보호의 책무를 진 국가기관 등으로서 노동조합과 그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의견 표명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정치인·고위 공직자인 피진정인들의 발언 파급력이 크고, 공무 수행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공론장을 침해하는 표현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봤다. ‘조폭’ ‘건폭’ ‘노피아’ 등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에게 “노동3권을 비롯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 등으로서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과격한 발언을 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차별이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의견표명한 피진정인 목록: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양금희 전 국민의힘 의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인권위의견표명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