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은 처벌 규정이 없다고 맞섰지만 검찰총장은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최종 결정을 받겠다고 나섰다. 검찰총장의 수사심의위 회부는 외부 전문가들의 재검증을 통해 의혹을 없애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혐의 처분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공수처장은 같은 혐의로 고발이 들어왔다며 알선수재 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은 무형의로 끝나는 것이 아닌, 2라운드에 접어든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설전이 이어졌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던 검찰은 지난 21일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지난 22일 이원석 총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지만 처벌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였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성재 장관 "내가 법을 만들어야 하나" 민주당 의원과 설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법사위에서는 박성재 법무부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검찰이 배우자에 대해 처벌 규정도 없고 선물이 감사의 뜻이라고 해서 무혐의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규정이 없어서 처벌을 하지 못한다면 의원들이 입법을 해줘야 한다"고 맞섰다.

박 장관은 처음에는 "보고를 받지 못해서 아직 결정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전 의원이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재차 묻자 "규정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한다면 권익위원장까지 한 (전현희) 의원이 입법을 해줘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전 의원이 여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몰아붙이자 박 장관은 눈을 감고 인상을 쓰는가 하면 "내가 법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 의원이 "장관의 자격이 있느냐"고 몰아세우자 박 장관은 "심한 말을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또 검사 출신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검찰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로 명품백 사건을 수사했다면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박 장관은 "사람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진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동운 공수처장 "검찰조사 확인한 뒤 범죄 성립하면 원칙수사"

그러나 박성재 장관과 함께 법사위에 참석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다른 의견을 냈다.

오 처장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부인이 명품백도 받고 양주도 받고 화장품도 받으면 되느냐"고 질문하자 "공수처에는 이미 알선수재로 똑같은 사건이 고소돼 있다"며 "알선수재 성립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조국혁신당이 "김건희 여사가 청탁 대가로 명품 등을 수수한 뒤 비서들에게 청탁 내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면 이는 알선수재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김 여사를 공수처에 고발한바 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서 이첩 요청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했다. 이첩 요청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가 해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과와 상관없이 공수처는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냐"고 묻자 오 처장은 "검찰 처분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성실하게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공수처가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오 처장은 "먼저 검찰에서 알선수재 부분에 대해 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범죄가 성립된다면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보기에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오 처장이 법사위에서 수사 의지를 밝힘에 따라 검찰의 최종 결론과 별개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행위가 알선수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검,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 법리 포함해 수심위 회부

이런 가운데 보고를 받고도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이 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며 "전원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대검은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출싷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지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이상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도 "검찰총장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나 공소제기,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학계와 재야, 법조계 등 위촉된 150~300명 전문가들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해 특정 사건을 심하게 된다.

수사심의워원회의 심의 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난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이후 검찰은 모두 위원회 의견을 따라왔다. 특히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한 사건에 대해서는 전부 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원석 총장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것은 그동안 김건희 여사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돠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수사심의위를 통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김건희 여사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처벌 조항이 없어 무혐의로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건희 여사가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원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직무에 관해 금품을 받은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되고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등을 청탈,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을 경우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공수처장에 이어 검찰총장도 청탁금지법이 아닌 알선수재를 중심으로 재검토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정청래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유상범(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말 아끼는 대통령실…비난 총력전 펼치는 野

정치권은 다시 한번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무혐의로 인해 갈라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은 반복적으로 말해왔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야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권력기관 못난이 삼형제가 있다. 바로 건희 검찰, 건희 권익위, 건희 감사원"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이 된 검찰 출신 대통령과 같은 집에 사는 배우자에게는 아무리 고가의 선물을 줘도 검찰은 뇌물죄를 검토조차 안 한다. 이제는 아마 국토부 장관 부인에게 우리 집 앞에 고속도로 놔달라고 부탁해도 그냥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한다면 설령 고가의 자동차를 선물했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절대로 처벌하지 못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전현희 최고위원은 ""불법을 저지른 검사들은 국회가 검사를 탄핵한다고 하니까 열심히 일하는 우리 검사들 건들지 말라며 검찰 이프로스 게시판에 정의로운 척 분노하는 검사들 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 대통령 부인의 명품백 수수에 대한 어이없는 무혐의 결정엔 검사들은 찍 소리 못하며 침묵하는 선택적 분노, 불의하고 비겁한 대한민국 검찰의 민낯을 보여준다"며 "이번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검찰이 스스로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해 특검법 밖에 없다고 외치는 격이다. 아무리 수사권이 있어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선 무딘 칼조차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것을 국민에게 들킨 검찰, 수사권 박탈 당하고 기소청으로 전락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 면죄부를 선물했다"고 말했고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김건희 여사에게 주는 선물에는 금액 제한이 없다는 것이 건희 권익위의 추석 메시지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법 앞에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파괴했다"며 "윤석열 검찰 정권은 알량한 법률 지식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으니 법치 파괴 세력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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