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최근 5년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 처벌로 이어진 비율은 같은 기간 최저였다.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법적 피해구제를 받으려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인식은 이들의 높아진 성인지 감수성과 권리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미향(무소속) 의원이 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진정·고소 건수는 총 1875건으로, 전년(1589건)에 비해 17.9%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지난달까지 처리가 완료된 신고 사건(1803건)을 들여다보니 △검찰 기소 의견 송치 3건(0.16%) △과태료 84건(4.6%)로, 실제 행정처분이나 형사 처벌로 이어진 비율이 전체의 4.76%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았다.

반대로 ‘취하’와 ‘법 위반 없음 등’으로 처리된 비율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사건 조사 도중 신고자가 취하를 요청한 비율은 30.3%(547건)로, 전년(25.6%)보다 5%포인트 늘었다. 근로감독관이 사안을 조사한 결과 ‘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한 비율도 36.2%(653건)로 전년(33.7%)보다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직장 내 성희롱 양태가 더 심각해졌다기보다는 법적으로 구제 받고자하는 피해자의 욕구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들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중재)하는 경우도 있어서 기소의견 송치나 과태료 처분 정도의 심각한 사안으로 가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단체 쪽에선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법 적용도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미투 이후에 직장 성폭력 피해를 구제받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는데, 행정기관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상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는 사업주가 신고자 또는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줬을 때로 한정된다. 근로감독관이 ‘불이익’을 협소하게 해석하면서 기소 의견 송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취하’ 비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서도 “신고자의 ‘자발적 취하’가 아니라 근로감독관의 강요나 설득에 의해서 한 경우도 포함돼 있어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근로감독관이 ‘회사에서 조치를 취한다고 하니 진정을 취하하는 게 어떠냐’며 노골적으로 취하를 종용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과 임금 체불이 동시에 발생한 사항에서 ‘체불임금을 지급할테니 성희롱 사안은 종결하는 게 어떠냐’며 사업주와의 합의를 주선하는 등의 사례(민간 고용평등상담실 폐지를 막기 위한 국회토론회 자료집·2023)가 보고된 바 있다.

윤미향 의원은 이에 “근로감독 집무규정에 따른 법 위반사항 판단 기준을 상향하여 근로감독 시 적극적인 법 해석이 가능하도록 제도개편이 시급하다”며 “더 정밀한 현황 파악을 위해 남녀고용평등법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사업체규모·직종별로 더 세분화된 통계를 작성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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