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대표와 이사 3인의 직무집행 정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22년 역사를 가진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의 내부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불붙고 있다. 카라 임원진이 소속 활동가 2명에 대해 내린 징계 처분이 노동조합 탄압 논란 등으로 번지고 임원진과 활동가 간 갈등과 감정싸움이 심각한 상태로 치달으면서 ‘동물권 옹호’라는 단체의 활동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보성)는 27일 ‘카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전진경 대표 등 카라 임원진을 상대로 낸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공대위 측은 전 대표 등의 직무를 정지하고 우희종 공대위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을 직무대행자로 지정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대위는 전 대표 등 임원진이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한다’는 정관을 어기고 지난 이사회에서 스스로 연임해 단체를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대표 등 임원진은 ‘모든 임원은 이사회 전원의 동의가 있을 시 연임할 수 있다’는 정관에 따른 합당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이사회 전원 동의로 연임 결의를 할 수 있느냐’는 정관에 대한 해석 문제”라며 “(정관 내용이) 문헌상 명백한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임원 연임’을 규정한 정관은 2022년 개정됐다. 재판부는 “정관이 당시 개정된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역사적 경과에 대해 9월13일까지 양측이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9월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정 다툼은 겉으로는 ‘정관 해석’에 관한 이견 때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카라 내부의 복잡한 갈등이 배경에 있다.

지난해 11월 임원진이 활동가 2명을 문제 삼으며 인사위원회를 소집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당시 해당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산하 카라지회 노조 자격으로 임원진에 교섭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인사위는 이들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고, 활동가들은 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이를 두고 임원진과 활동가의 주장은 엇갈린다. 활동가들은 임원진이 노조 활동을 탄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원진은 노조 설립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들의 업무에 대한 징계라고 맞섰다. 지방노동위의 판단도 갈렸다. 지방노동위는 지난 6월 활동가들이 제기한 부당징계 구제신청은 인용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주장은 기각했다. 인사위 구성 등 징계 절차가 부적절했지만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징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활동가들은 둘로 쪼개졌고 폭로와 고발이 이어졌다. 카라지회에 속하지 않은 활동가들이 ‘더함노조’를 만들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카라지회는 “더함노조는 ‘어용노조’”라고 비판했고, 더함노조는 “외부 세력 없이 카라의 절반 이상 활동가가 참여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공대위와 카라지회는 전 대표가 카라를 사유화한다며 각종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전 대표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전 대표가) 잘했고 못했고를 따지는 소송이 아니다”라며 비위 의혹은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문기일을 앞두고 공대위와 카라지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없는 시민단체’로 카라를 전락시킨 전 대표 등의 셀프 연임 결의는 원천 무효”라며 “단순한 절차 위반이 아닌 시민단체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함노조 측 관계자는 “각종 논란으로 기업 후원이 줄거나 많은 회원이 이탈했다”며 “논란이 이어져 동물학대 방지 등 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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