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의 사진으로 불법 합성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만든 가짜 이미지·동영상) 사건’의 공범 박모씨(28)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씨는 주범인 서울대 출신 박모씨(40)와 함께 여성 수십명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하고,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씨가 만든 허위 영상물은 2020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총 419개였다. 가공된 영상물 1335개를 반복해서 텔레그램에 유포하기도 했다. 박씨는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과 성관계 영상 총 293개를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씨의 딥페이크 범죄와 함께 불법영상 촬영·소지 혐의도 가중처벌해 달라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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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성폭력처벌법상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편집·합성 또는 가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불법 촬영은 최대 7년 이하 징역, 이를 소지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김 부장판사는 “박씨가 적어도 11명의 피해자와 인적사항이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반복해서 허위 영상물을 가공했고 가공한 영상물의 개수,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다만 “박씨가 자백하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며,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형사 공탁한 점은 참작한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박씨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제한적으로 익명성을 악용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 채 왜곡된 성적 욕망을 분출했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본인의 학업·진로·연애 등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도구화한 것으로, 이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인격을 몰살하는 것과 같아 엄벌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SNS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행위가 디지털 성범죄 표적이 되는 데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기능이 발전하면서 일상을 촬영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SNS에 사진을 게시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행위가 범죄 대상이 돼 허위 영상물로 편집·제작, 인터넷에 유포됐다”며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성범죄 표적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또는 알게 될 피해자들이 느낄 성적 불쾌감과 정신적 충격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했다. 실제 사건 이후 피해자 중에는 여전히 불안과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 김민아 변호사(법무법인 이채)는 선고 직후 “검찰 구형보다 낮아진 부분이 있지만 일상에서 SNS를 이용해 안부를 묻고 하던 것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측면을 양형에 많이 참고해준 것은 의미가 있다”며 “최근에도 디지털 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양형에 더 철저히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은 주범 박씨 등 5명이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서울대 동문 12명 등 여성 61명의 불법 합성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주범 박씨는 자신이 개설한 단체대화방에 허위 영상물 1600여개를 게시·전송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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