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이후 2년 7개월만에 대표이사가 구속되는 사례가 나왔다.

배터리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사고로 일차전지 업체 경기도 화성 소재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첫 구속사례로 기록했고, 이어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 박영민 대표이사가 두번째 구속 기록을 남겼다.

수원지방법원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순관 대표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구속된 첫 업체 대표가 됐다.

손 부장판사는 박 대표와 더불어 산업안전법 및 파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받순관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랄 수사 결과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으로 투입했고 생산 과정 중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됐고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있는 등 대피경로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보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못한 계약직 비숙련 근로자들은 화재 발생 이후에도 비상문을 열지 못해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박순관 대표이사가 구속된지 2시간여 후인 29일 새벽에는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두번째 대표 구속 사례가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 석포제련소 박영민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영잘실질검사에서 "석포제련소에서는 최근 9개월 동안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범죄 혐의를 소명했고 박 부장판사 역시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 가능성도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 6일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사망하고 근로자 3명이 상해를 입었다. 또 지난 3워러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또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최근까지 영포 석포제련소에서는 각종 산업재해로 근로자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오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및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의 구속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리셀 박순관 대표, '김용균법' 첫 구속 사례…23명 사망 참사에 중형 선고될지 주목

중대재해처벌법은 속칭 '김용균법'으로도 불린다. 지난 2018년 12월 10일 밤 한국 서부발전의 사업장인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서부발전의 도급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 김용균 씨가 석탄을 이송하던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현장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진보언론에서 김용균 씨의 사망과 함께 중대재해에 있어 대표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있었다. 2020년 12월 9일에는 김용균 씨의 유족들이 국회 입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21년 1월 26일 법이 제정됐고 1년 뒤인 2022년 1월 27일에 법이 시행됐다.

이후 2022년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의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 됐지만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을 뿐 구속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또 2022년 6월 27일 집단 독성감염 사건을 일으킨 두성산업 대표이사가 창원지방검찰청에 의해 기소돼 1호 기소 사건으로 기록됐지만 그 역시도 구속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두성산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기도 했다. 

처벌 역시 솜방망이라는 의견이 뒤따랐다. 2023년 4월 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재판장 김동원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 유예 3년을 선고하는 1호 판결이 내렸다. 

첫 실형 판결도 2023년에서야 나왔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강지웅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와 함께 한국제강 법인에게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 모든 것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규정한 6조에 따르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부상자나 질병자가 10명 이상 나왔을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된지 1년여가 지난 후에야 처음으로 실형 판결이 나왔고 그 실형판결 마저 최소 기준에 맞췄을 정도로 판결이 약했다.

하지만 아리셀 대표의 경우 첫 구속 사례였을 뿐 아니라 23명이나 사망하는 대형 재해이기 때문에 중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또 유가족들 역시 애표에게 강한 처벌을 주문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성명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구속 결정 소식에 많은 유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며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에 기뻐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짐이 안타깝다. 아직 갈 길이 먼 유가족들의 현실 앞에 이번 수원지법의 결정이 좋은 영향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밝혀진 진실과 그에 부합하는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까지 갈 길을 여전히 멀다. 이제 수사기관은 강도 높은 보강 수사와 조사를 통해 박순관 대표와 경영진들의 범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28일 오후 대구지법 안동지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그는 이튿날인 29일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에 인명사고까지…모(母)기업 영풍그룹 안전불감증 도마 위, 지역사회 '폐쇄' 여론 봇물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 박영민 대표 구속과 더불어 모기업 영풍그룹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에 영풍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영풍그룹은 비철금속계 기업인 영풍과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집단이다. 영풍 석포제련소 아연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비철금속 제련소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리에 설립됐다. 하지만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이슈는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4년 환경단체들은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각종 중금속 물질로 인해 주변 토양과 낙동강 상류가 오염됐고 인근 안동호 일대에서 매년 물고기와 왜가리가 폐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8년 2월에는 제련소에서 나온 방류수에 대한 수질 검사 결과 불소와 셀레늄 성분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재판을 거쳐 2021년 11월 8일부터 17일까지 10일 조업정지되기도 했다. 2019년에도 환경부 중앙기동반속반이 석포제련소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해 폐수 등이 넘친 사항이 발견되기도 했다.

석포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계속된 오염사고에 급기야 근로자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설립된지 54년이 된 석포제련소를 폐쇄하고 영풍그룹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환경단체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원회와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포제련소는 사람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공장이다. 유관공단지역으로 공장을 옮겨 안전하고 깨끗한 첨단시설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8일 오후 구속영장 심사를 하던 대구지법 안동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영민 대표이사와 제련소장에 대한 구속영집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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