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서울 한겨레 사옥 현관에 세운 구호 현수막. 사진=김예리 기자

‘한겨레신문 노동조합’이 20년 만에 긴급 총회를 열고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겨레 노사가 2년 만에 진행하는 임금 협상에서 ‘실질임금 유지’를 내걸고 제시한 임금 6% 인상 요구를 사측이 최종 거부하면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조합원 긴급총회를 진행한 뒤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부치기로 했다. 투표는 4~5일 이틀 간 진행한다. 한겨레지부에 따르면 지부가 총회를 개최한 건 2004년 고희범 사장 당시 비상경영 관련 임시총회 이후로 20년 만이다. 쟁의행위 투표는 전례가 없다고 한다.

유상진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지난달 27일 조합원 편지를 통해 “10여 차례의 협상 끝에 회사는 지난 23일 조합에 ‘기본급 3% 이상은 불가’를 최종 통보해왔다. 이에 화가 난 조합원들의 원성이 높다”고 했다. 유 지부장은 “최소한의 노조 요구까지 걷어찬다면 도대체 현 경영진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조합원들의 의지를 보여 달라”고 밝혔다.

한겨레지부는 지난 12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협상 요구 수준을 최초 ‘10% 인상안’에서 ‘6% 인상’으로 내렸다. 한겨레지부에 따르면 ‘6% 인상’은 지난 2년 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질임금 삭감이다. 지난 2년 물가상승률은 2023년 3.6%, 올해 전망치는 2.6%로 오르고 있지만 한겨레는 지난해 노조 공백으로 임금 협상을 진행하지 않아왔다.

이후 사측은 ‘경영진의 남은 기간 급여 20% 반납’ 결정한 뒤 지부에 3% 인상안을 재차 제시했다. 6% 인상 불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올해 흑자가 날 경우 기본급을 인상하겠다’는 조건을 제안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지난 30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본사 사옥에 내건 현수막. 사진=김예리 기자 

한겨레지부는 사측 안에 “적자 꼬리표를 손쉽게 피하고 경영수지를 직원들의 급여로 맞추려는 논리”라고 비판한다. 유 지부장은 조합원 편지에서 “사측은 3% 임금인상 시 경영적자가 20억 원에 이른다며 그 이상의 임금인상은 불가하다고 주장한다”며 “지난해에도 ‘40억 원의 적자’를 운운하며 희망퇴직 시나리오까지 내놓은 회사가 올초 ‘이익이 났다’며 개인당 50만 원씩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했던 일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은 구성원들이 ‘장기판의 졸’로 보이나 보다”라고 했다.

한겨레 측에 따르면 한겨레는 지난해 경영실적 30억 적자를 예상했으나 경상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은 6억 9500만원이었다. 씨네21,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한겨레엔 등 종속 관계 기업을 합하면 4억 90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겨레 측은 “비용이 줄고, 연말로 갈수록 매출 감소 폭이 예상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한다.

한겨레지부는 사측안을 두고 ‘최우성 사장의 공약 파기’라고도 비판한다. 최 사장은 지난해 초 한겨레 사장 선거 당시 선거공약집에서 “제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실질임금의 하락은 막아야 한다. 최소한 물가상승률을 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은 해마다 이뤄지도록 힘쓰겠다”며 “늘 매출액의 5%는 임금 인상 몫이라 여기는 자세로 경영에 임하겠다”고 했다. 최 사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회사는 25억원을 임금 인상에 투입했다”며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고 했다. 현재 한겨레는 20억 원을 임금인상 재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한겨레 사옥 노동조합 사무실 앞에 붙인 현수막. 사진=김예리 기자

유상진 지부장은 조합원 편지에서 “경영실적 저조에 대해 정작 경영진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구성원들의 실질임금 하락이라는 희생으로 이 국면을 넘어가려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진도 임금을 깍을 테니 구성원들도 임금을 깎아라’다. 참 편리하고 단순한 논리이며 무능한 경영진의 저급한 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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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한겨레 상무이사는 “(회사의 안은) 자연승호에 따른 인상에 더해 3%를 인상하자는 것으로 물가 인상은 커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분에서 노동조합과 해석이 다르다”고 했다. 한겨레 측이 지난해 ‘40억 적자’를 언급했던 데에는 “경영 시나리오에서 최악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며 “실제 추정한 실적은 30억원 적자”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검토했다는 지적엔 “조기퇴직이며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에 희망퇴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상무는 “워낙 신문사 매출구조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흑자를 내서 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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