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이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가설들이 쏟아졌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 대형 참사와 관련해 여러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다양한 의견이 교류되는 것은 진상규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이 힘을 얻어 합리적인 공론장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면 문제가 발생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음모론은 이른바 ‘앵커’(닻) 침몰설이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2015년 한겨레티브이(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주장했고, 김지영 감독이 2018년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로 만든 내용이다. 세월호가 운항 중 앵커를 해저에 던져 걸리게 해 침몰했다는 것인데 이는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다. 실제 참사 당시 사진을 보면, 앵커를 내리고 올리는 구실을 하는 양묘기는 배 앞쪽에 있는데 줄이 감겨 있는 상태였다. 앵커 역시 배에 붙어 있다.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누군가 갑판에서 닻을 내린 뒤 세월호가 기울 때 다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가 급선회한 것은 참사 당일 아침 8시49분이며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왼쪽으로 45도 이상 기울었다. 45도 이상 기운 갑판에서 닻을 끌어올리기 위해 양묘기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잠수함 충돌설, 세월호 항적(AIS) 및 시시티브이(CCTV) 조작 등은 조사의 필요가 있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잠수함 충돌설은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과 대한조선학회 등 전문기관이 가능성이 낮거나 없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끝까지 공식적인 기각을 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항적 조작 등 역시 검찰과 특검 수사 등에서 근거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사참위의 조사는 계속됐다.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은 이런 과정을 “믿음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식 조사위원회의 자원과 인력과 시간을 투입”한 ‘기우제식 조사’라고 비판했다. 결국 항적 및 시시티브이 조작 조사 결과는 사참위 최종 심의 단계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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