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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를 어떻게 알고 보낸 걸까?”

서울에 사는 박아무개(31)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오는 선거운동 문자들을 보며 이런 의문이 생겼다. 자신의 지역구와 무관한 국회의원 후보자들, 심지어 가본 적도 없는 지방의 후보자들에게서도 문자가 오는 터라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박씨는 “선거 때만 되면 개인정보를 침해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가 보내는 선거운동 문자들이 쏟아지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유권자 번호 수집 방법이 규정돼있지 않아 번호 수집이 음성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법상 국회의원 후보자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번호로만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다. 20명을 초과한 유권자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내는 경우 문자 횟수는 8회로 제한된다. 반면 문자를 받을 유권자 번호와 관련된 선거법 규정은 아예 없다. 후보자들이 마음 먹은 대로 번호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4일 국회 보좌진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후보자들은 보통 선거사무원들과 함께 지역을 돌아다니며 명함을 주고받거나, 행사나 간담회를 열어 참석자 명부를 만드는 방식으로 ‘동의받은 번호’를 수집한다고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당사자 동의 없이 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들은 당원명부 열람 권한이 있기 때문에 연락처 수집이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방법에 제한이 없다 보니 음성적으로 유권자들의 번호를 주고받는 일도 벌어진다. 선거 경험이 많은 전직 ㄱ 보좌관은 “유권자 번호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소위 ‘장사꾼’들이 선거 캠프를 오가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현직 ㄴ 보좌관은 “각 지역의 시·도의원들을 동원해 유권자 번호를 수집하기도 하는데,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안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156건, 상담은 1만507건에 달한다.

수집된 유권자 번호가 체계적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배달 사고’도 일어난다. ㄱ 보좌관은 “길거리에서 수기로 번호를 받다 보니 오기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번호 주인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있다”며 “후보자 쪽에서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엉뚱한 사람들에게 문자가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산에서 일하는 저도 인천에서 선거 문자를 받을 정도”라며 “선거법을 개정해서 문자 선거운동의 수행 규정을 촘촘히 만들 필요가 있다. 전체 유권자 번호를 안심번호로 제공하고, 횟수나 시간대를 제한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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