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에 올라온 한국 네티즌 고발에 응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중국 5위, 한국 1위

한국 딥페이크 성 착취물 실태가 중국에서도 충격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여성들은 한국 여성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한편 자국 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한국 Deep fake 성범죄’, ‘제2의 N번방 사건’ 등 딥페이크 성범죄를 다룬 키워드가 지난 주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와 샤오홍슈 등에서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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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자신을 한국 여성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웨이보와 샤오홍슈에 중국어로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를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네티즌이 함께 올린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 캡처 화면과 한국 네티즌들이 만든 ‘성착취물 피해 실태 지도’도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해당 게시물은 웨이보에서는 80만 넘는 ‘좋아요’와 3만 회 달하는 댓글이 달렸으며 10만 회 넘게 공유됐다. 샤오홍슈에서는 삭제됐다.

중국 제일재경신문, 신민주간 등은 “한국 여성들이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중국 인터넷에 도움을 청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중국에서도 논의를 촉발시켰다”며 “비슷한 상황이 있어 딥페이크 기술이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관련 뉴스 댓글이나 SNS, 블로그 논평 등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가담자가) 22만7000명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지난해 한국에서 태어난 수가 23만명에 불과했다”, “여성이고 인터넷에 사진이 공개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된다” 등이라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해당 사건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문제를 터뜨린 한국 여성들을 응원한다”고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웨이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유되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 지도 이미지.

‘은민’이라는 이름으로 웨이보와 샤오홍슈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펑파이신문에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들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며 “격려와 응원의 반응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뜨거운 관심을 끈 것은 중국에서도 딥페이크 성 착취물 실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국에서도 ‘바이모’로 알려진 남성이 여학생과 교사 등 지인들의 사진을 이용한 합성 사진을 7000장 제작·판매했다가 검거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경보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해 7000장의 딥페이크 사진을 만드는 데 단 3위안(약 560원)밖에 들지 않는다.

저우샤오레이 베이징외대 교수는 “중국 내 반응은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은 미국에나 도움을 요청해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지만 대체로 여성들은 국경을 넘어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중국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댓글에서 보이는 동질감과 연대감도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2019년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중국 출판계에는 김초엽, 김애란 등 한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 번역 출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아시아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페미니즘은 중국 내 한국 소설 애호가들의 주된 관심사라고 저우 교수는 전했다.

📌[플랫]딥페이크 성착취물 1위 국가는 한국···등장인물 53%가 한국인, 여성이 99%

온라인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조롱하는 자국 남성들을 멸칭인 ‘국남(國男)’이라 부르는 여성들도 있었다.

해외 보안서비스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최근 공개한 ‘2023 딥페이크 현황’에 따르면 포르노 웹사이트와 유튜브, 데일리모션 등에 있는 85개 딥페이크 채널의 성착취물에 등장한 인물 중 중국인은 전체의 3%이며 세계 5위에 해당한다. 1위는 한국인이며 전체 피해자의 53%를 차지한다.

▼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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