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문의들의 병원 이탈로 응급실 인력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응급실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이재명 여야 대표가 연이어 응급실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하고, 정부가 군의관을 긴급 투입하는 등의 대처를 하고 있으나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학기 수업을 보이콧한 의대생들이 2학기에도 복귀하지 않으면서 연간 3천명이 넘는 신규 의사 배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여당 내에서도 책임자에 대한 경질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개 응급실 '나홀로 당직'..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의식불명 속출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 되면서 전국의 응급실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진료를 축소하고 있다. 25개 응급실은 당직의사 혼자서 근무해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로인해 응급실 뺑뺑이 피해 사례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5일 광주에서는 농촌봉사활동 뒤풀이에서 과음한 여대생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불과 100m 거리의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수용을 거부했다. 진료를 할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대학생은 결국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의식 불명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70대 근로자가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결국 사망하는 일도 생겼다.

보건복지부는 4일 기준으로 응급실을 부분 운영 중단하거나 중단 예정인 병원은 총 5곳이라고 밝혔다.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4곳은 응급실을 단축 운영하고 있으며, 순천향천안병원의 소아응급의료센터는 주 3회 주간만 진료하고 있다.

특히, 이대목동병원이 응급실을 단축 운영하면서 응급실 대란이 서울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대목동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까지 성인 진료를 중단한다. 의정갈등 전에는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12명, 전공의 13명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전문의 8명만이 근무하고 있어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병원 응급실을 포함해 25개 응급실이 진료 축소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5개 기관은 듀티(근무시간 단위)당 2명 이상이 근무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운영 스케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곳으로 계속 병원과 소통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으로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12명의 전문의가 2인 1조로 12시간씩 돌아가며 매주 3, 4차례 근무하는데 25개 응급실은 나홀로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복지부, 군의관 250명 긴급 투입.. 일부 군의관은 응급실 근무 거부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부터 응급실에 군의관 25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총 파견 인원 250명 중 15명은 강원대병원(5명), 세종 충남대병원(2명), 이대목동병원(3명), 충북대병원(2명), 아주대병원(3명)에 배치됐으며, 나머지 235명은 이달 9일까지 전국 응급실에 배치된다.

하지만 이날 이대목동병원에 배치된 군의관 3명은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고 기존 근무지로 돌아가버렸다. 이들은 응급실 근무 계획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18곳과 지역응급의료센터 7곳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에는 △강동경희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 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아주대병원이 포함됐으며, 영남권에선 △경북대병원 △구미차병원 △동아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모니터링 대상이다. 충청권에선 △건국대 충주병원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충북대 병원이 포함됐다.

2학기 수강신청 의대생 7%.. 집단 유급으로 신규 의사 배출 중단 위기

응급실은 급한대로 군의관을 배치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으나 더 큰 문제는 매년 3천명 이상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0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이는 1학기 수업을 보이콧한 대부분의 의대생이 2학기 수업에도 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각 국립 의과대학으로부터 제출받은 '24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 및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예과 학생의 수강신청률은 7%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국립 의과대학 의예과 1학년 학생 960명 중 수강 신청 인원은 62명(6.2%)이었다.

2학년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북대와 강원대의 경우 2학년 학생 중 1명만 수강신청을 완료했다.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 의과대학 의예과 1학년 중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40명(4.1%)이었고, 의예과 2학년의 경우 30명(3.1%)만 등록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의과대학 10곳 중 9곳은 1학기 종료 시점 및 성적 처리 기간을 연장했거나 미루면서 의대생 유급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의대생들이 2학기 수업 마저 수강하지 않는다면 집단 유급은 불가피하다.

여당 내에서도 "복지부 장·차관 물러나라"

응급실 대란과 의대생의 수업거부로 의료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관련 장차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이 사태를 키운 보건복지부 장관 및 차관,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모두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동일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부 고위 책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의사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입장을 바꾸고 말실수를 연발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다 상황을 악화시켜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에게 모든 게 괜찮을 것이라고 보고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정책을 수시로 바꿔서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막말과 실언으로 국민이 실망하게 한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미 (의정)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며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새 판을 짜줘서 새로운 협상 판으로 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여론, '의대증원 유예해야' 57%.. '점진적인 증원 필요' 68.9%

국민여론도 정부의 의대증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8월31~9월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의대증원 유예' 방안에 대한 찬반을 조사(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한 결과 찬성 56.9%, 반대 34.7%로 집계됐다.

모든 지역에서 의대증원 유예를 찬성하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으며, 대구·경북(65.1%)과 부산·울산·경남(62.7%)은 60%를 상회하면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70대 이상에서도 찬성이 61.9%를 기록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의 찬성 응답(60.6%)은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 응답(54.6%)보다 높았다.

의대교수 단체가 주관한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의과대학 증원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설문조사(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진행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적절한 방안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8.9%가 '점진적인 증원'을 택했고, '한 번에 일괄 증원'은 22.6%로 집계됐다.

현재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2025학년) 입학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질문에는 긍정 응답이 65%로 부정 응답(28.4%)의 두 배가 넘었다.

여론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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