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와 아데노이드의 위치와 구조. 보건복지부 제공

과거 기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술로 절제하는 경우가 많았던 편도·아데노이드가 바이러스 감염시 중증도를 낮추는 중요한 면역기관임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감염 및 백신 접종 후 활성화되는 기억면역세포가 아데노이드에서 1년 이상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 연구팀은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와 공동으로 2022년부터 진행한 성인 편도 및 아데노이드의 기억면역세포 활성화에 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김 교수 연구팀은 또한 후속연구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기 동안 감염 환자들의 아데노이드에서 나타나는 면역반응을 분석한 연구결과도 이어서 발표했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호흡하는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 상부에 있는 임파선 조직이다. 이 기관은 바이러스에 가장 먼저 감염되는 위치에 있어서 감염 횟수도 잦은데, 크기가 커지면 상기도를 좁혀 코골이·수면무호흡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한해 수천건의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이 실시될 정도였으나 최근 이들 조직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편도·아데노이드에서 선천성 면역인자들이 활성화되고, 후천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면역세포(memory T and B cell)’들도 생성된다는 점을 연구로 입증했다. 분석을 위해 경증·중증 코로나19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으로부터 비인두 샘플을 채취하고, RNA 시퀀싱 및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활용해 인터페론 및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SGs)가 발현되는 양상을 관찰하는 방식을 썼다. 인터페론은 초기 면역 방어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선천 면역반응의 핵심 요소로, 발현되는 정도와 반응의 지속성에 따라 해당 감염질환의 경과가 달라질 수 있다.

분석 결과,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아데노이드에선 인터페론 등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인터페론 반응이 강할수록 바이러스 확산이 억제되면서 환자가 짧은 시간에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증 환자의 아데노이드에서도 인터페론 반응은 나타났지만 발현 수준이 경증 환자보다 낮았다. 인터페론으로 확인되는 아데노이드에서의 면역반응 정도에 따라 질환이 심각도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코로나19 환자의 아데노이드에서 활성화된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 등이 인터페론 활성화에 주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 역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편도·아데노이드에서 나타나는 선천성 면역기능은 감염 초기부터 활성화돼 바이러스 사멸을 유도할 수 있고, 감염 또는 백신 접종 이후 만들어진 바이러스 기억면역세포는 혈액보다 오랜 기간 존재하면서 면역기능을 유지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편도·아데노이드가 호흡기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중요한 면역 기관임이 확인됐으므로 이 부위를 절제하는 치료를 할 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억제를 위해 상기도에 전달할 새로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며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바이러스 기억면역세포가 활성화될 공간의 역할을 못하므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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