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중앙일보 JTBC 사옥. ⓒ중앙그룹

2022년 10월 본격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한 중앙일보 기자들이 지면과 디지털, 유료화 삼중고로 지쳤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을 시작한 JTBC의 소속 기자들은 뉴스룸 리포트 제작과 별도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 취재할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중앙노조, 위원장 이현 중앙일보 기자)이 지난 4일 발행한 중앙노보에 따르면 중앙일보 조합원들은 곧 만 2년이 되는 중앙일보의 유료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를 도입한 이후, 업무 강도가 세졌다고 주장했다. A 조합원은 노보에 “더중앙플러스 콘텐츠의 방향성이 과거 ‘PV사냥’을 하던 시절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며 “심리스(seamless)한 디지털 전략은 흔들리고 기자들의 노동 강도는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노조가 지난해 6월22일 발행한 중앙노보를 보면 중앙일보의 한 조합원은 “일선 기자들이 상품성 있는 기사를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 교육은 사실상 한 번도 없고, 콘텐츠 생산 압박만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 노보는 “더중앙플러스의 유료독자용 ‘플러스 기사’는 기존 기사보다 취재와 제작에 품이 더 많이 든다. 본문 글자 수는 4000~6000자는 기본, 1만 자 넘는 기사도 있다. 독자들이 페이월(paywall)을 넘게 하고 긴 기사를 끝까지 읽도록 하기 위해선 그래픽, 이미지, 중간 제목 등 챙길 것도 많다. 제작과 마감에 더 공을 들인다. 기사를 출고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장급 이상 데스크가 투입하는 시간도 더 길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의 B 조합원은 “취재원과의 저녁 식사 약속이 끝난 뒤 플러스 기사를 마감하거나 주말 휴일에 3~4시간씩 기사 마감할 때도 있다. 추가 보상 없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는 익숙하지만, 무급으로 휴일에 일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보는 “실제로 오후 7시 이후 신뢰관 14층 네오 스테이션에는 야근 당번이 아님에도 플러스 기사를 마감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종종 눈에 띈다. 당일 출입처 일정을 챙기고 기사를 쓰느라 플러스 기사를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의 C 조합원은 “조선일보의 경우 우리의 플러스 격인 자사 유료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독자들이 낸 월 구독료를 모두 개인 수입으로 가져간다더라. 동기부여가 되고, 업무가 플러스 되더라도 보상이 플러스 되는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업무 강도가 높아진 만큼 보상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B 조합원은 “플러스팀 중심으로 인력이 배치되고, 지면과 온라인을 막는 스트레이트 부서에 대한 회사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 같다. 플러스를 안 하는 부서는 잦은 지면 기획 요청받고, 온라인 기사를 쓰면 업무량은 플러스하기 전보다 더 늘었다. 회사가 플러스에 집중하면서 어젠다를 제시하는 큰 기획에 소홀해지면, 지면 경쟁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보는 “이처럼 편집국 내 플러스 담당 부서, 스트 부서 모두 업무 시간과 강도는 늘었지만, 직무수당·취재비·법인카드 등 보상은 대부분 십수 년째 같은 금액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더중앙플러스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부에서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 조합원은 “회사는 목표대로 잘 되고 있다는데 누적 구독자 수 이외의 정보는 공유되지 않는다. 2년 정도 더중플 데이터가 쌓였는데 PU(유료 독자) 전환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 선정, 기사 작성 방식에 대한 분석, 효과적인 기사 유통에 대한 정보 공유는 없고, PU 지적만 계속된다”고 말했다. D 조합원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는 동의하지만, 내년, 3년 뒤에도 지속가능한 모델인지 의문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설명은 부족하고 납득이 안된 채로 매일 무언가를 굴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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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을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 JTBC의 구성원들도 뉴스룸 리포트 제작과 별도로 ‘지금 이 뉴스’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바쁜 상황에서, 아이템 발굴 및 취재 시간과 뉴스룸 리포트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E 조합원은 “의미있는 발제를 하고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 고민할 ‘틈’이 필요한데 틈만 나면 디지털 기사를 쓰라고 한다”고 말했다. F 조합원도 “디지털 전략에 맞춰 조직 개편을 했다가 다시 뉴스룸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에게 방향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사량으로 승부하는 ‘지금 이 뉴스’가 JTBC의 디지털 목적인지, 그 다음은 어디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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