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합뉴스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13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후 열린 첫 방문진 이사회에서 권태선 이사장의 회의 진행을 문제 삼는 여권 이사들과 이에 반발한 야권 이사들 간 공방이 벌어졌다.

10알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선 기존 12기 방문진 이사들이 참석한 정기 이사회가 열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26일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 박선아 이사 등 야권으로 분류되는 이사 3인이 방통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2인 체제의 방통위가 임명한 새 이사진 6명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기존 이사들이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회의가 시작되자 여권으로 분류되는 김병철 이사는 “방문진 이사 6명은 소송 당사자의 (판결) 주문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며 “나머지 세 명의 이사 중 한 명이 (이사장 역할을)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안건을 올렸다. 어차피 임시이기 때문에 한 달씩 순번을 정하면 어떨까 제안한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난 7월31일 9명으로 구성돼야 하는 방문진 이사에 권태선, 김기중, 김병철, 박선아, 지성우, 차기환 등 6명 이사의 후임자만을 임명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내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답했다. 11일 하반기 업무보고를 위해 예정된 방문진 임시 이사회에서 논의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차기환 이사(여권)는 “방문진법에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규정만 있고 이사장은 호선한다고 돼있다”며 “세 명의 이사 중 한 명을 임시 이사장으로 하든 임시 의장으로 하든 호선을 맡기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며 권 이사장의 이사장 활동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자 김기중 이사(야권)는 “내일 안건을 상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중묵 이사(야권)도 “법원 판결은 후임 이사가 정해질 때까지 이사들의 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인데, 물론 이사장 임기를 유지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이사장에 대한 해임, 불신임 결정이 없는 상태에선 그대로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결국 이사진들은 내일 임시이사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하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선 MBC 보도에 대한 여권 이사들 지적도 이어졌다. 차기환 이사는 탈북작가 장진성씨의 성폭력 의혹 보도 관련 “장진성 시인에 대한 악의적 보도에 5000만 원 배상 판결이 났는데, 제3노조(MBC 노동조합) 성명을 보니 담당자에 경징계를 내리고 지나갔다”며 “과연 약자를 보호하는 방송인가. 공영방송이 아니라 심각하게 말하면 패거리 문화와 비슷하다. 우리쪽이 보도하면 괜찮고 다른쪽이 보도하면 중징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사회에 참석한 안형준 MBC사장은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 제보자의 의존도를 낮추고 팩트 중심으로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인사위원회에 사장이 들어가진 않는다. 외부 변호사도 참여해 여러 형평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시사교양·라디오국 업무보고에선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을 진행했던 신장식 변호사가 하차 후 총선에 출마한 사안이 거론됐다. 지성우 이사는 “(신장식 진행자 당시) 총 17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며 “손해배상 등 아무런 책임 추궁 없이 자기 마음대로 방송하고 그만둬버리면 그걸로 끝나는 건가”라고 했다. 

김병철 이사도 “정파성에 있어 의심받는 사람이 공영방송의 진행자가 됐다면 적어도 추후 선거에 못나가게 하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신장식씨의 경우 TBS에서 나와서 훨씬 영향력이 큰 MBC에 들어와 자기 하고싶은 말 다 떠들고 국회의원 당선까지 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현수 라디오국장은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받은 법정제재 관해서는 ‘주의’ 한 건에 대해 수용했고, 나머지 건에 대해선 행정소송 중에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김석환 이사의 경우 “MBC가 최근 방심위 결정에 대해 17건을 연속으로 이겼다. 반드시 방심위가 타당했을 거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이사는 이어 “프리랜서의 직업 선택의 자유 관련 MBC가 어디까지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계가 있다. 물론 MBC가 공정성 시비 가능성이 있는 앵커를 선정하지 않도록 더 각별하게 신경써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정치와 공영방송 사이에는 굉장한 거리가 필요한데, 그 분이 바로 정계로 감으로 인해 MBC도 곤란한 느낌이 든 건 사실”이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 문제도 있고 각 개인은 정치적 자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사가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 방안을 생각해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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