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지 45일 만이다.

이날 대화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의대증원 1년 유예 혹은 증원 규모 축소를 골자로 하는 대타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후 박단 위원장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밝혀 타협은 결렬 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공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전공의 전체가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의사 단체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공의 이탈 44일 만에 의정 대화 성사.. 용산서 140분 면담

의대 증원 1년 유예 또는 증원 규모 축소로 대타협?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20분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전공의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전공의 대표자가 윤 대통령과 직접 마주앉은 것은 지난 2월19일 사직서 제출 시작 이후 45일 만이다. 면담에는 성태윤 정책실장과 김수경 대변인이 배석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집단행동의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흘 만인 이날 박 위원장이 대통령실을 찾으면서 면담이 성사됐다.

박 위원장은 면담 전 대전협 대의원 대상 공지를 통해 "2월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총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지난 2월20일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관한 전공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과 전공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 비대위원장을 오후 2시부터 4시 15분까지 만났다"며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의 7대 요구안 가운데 핵심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인만큼 이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의료계는 대통령실이 이날 대화를 통해 증원 숫자를 재조정하는 것이 아닌 '의대 증원 1년 유예' 정도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출범시켜 '의대 증원 2000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와 환자 단체, 대학까지 1년 동안 논의해보고 증원을 결정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담화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의료현장으로 돌아와달라"며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는만큼 2000명 보다 줄어든 숫자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면담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는 글을 게재해 타협은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尹-박단 만남은 밀실 결정.. 사전 투표 하루 전, 저의 의심"

대전협 "전공의 의견 직접 전달 차원.. 7대 요구안 벗어나는 합의 없어"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이후 의정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이날 만남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날 만남은 박단 대전협 위원장과 11명을 제외한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4일 오후 성명을 내고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 위원장과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대의원들도 몰랐다"며 나머지 모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뉴스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다.

류옥씨에 따르면 '젊은의사' 대부분은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언론 비공개'로 먼저 요청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옥씨는 "(이들의 만남은) 밀실 결정에 이은 밀실 만남이며 '젊은의사'들은 '기습 합의'라는 지난 2020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박 위원장의 만남 시점이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기라는 점도 짚으며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류옥씨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백년지계해야 할 일"이라며 "선거마다, 정권마다 호떡 뒤집듯 할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전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요구안을 벗어나는 밀실 합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대전협 대의원 공지를 통해 "내부적으로 우려가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오늘의 자리는 대통령실에서 직접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자리로 2월20일에 작성한 성명문의 요구안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행정부 최고 수장을 만나 전공의의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남"이라면서 "2월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성명문에 명시된 요구안이 전공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며 이 요구안에서 벗어난 협의는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라는 게 대전협 비대위의 입장"이라면서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를 진행해 결정할 예정으로, 많이 불안하시더라도 대통령 만남 이후 추가로 내용을 공지하겠다"고 했다.

비대위는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오늘 만남 후 정부에서 유리하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고 언론플레이를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그러나 7주 내내 얘기했 듯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이 20년 넘게 있었지만 단 한번도 대통령이 직접 자리에 나선 적은 없었다"면서 "2월 말부터 저희쪽으로 보건복지부 실장에서부터 박민수, 조규홍 등 수십 명의 대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무대응으로 유지했고, 그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 "총선 후 보건의료개혁 위한 공론화 특위 꾸릴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정부를 향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고 합리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수호해야 할 정부가 그 책임을 저버린 채 의료공백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윤석열 정권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대화와 타협의 단초를 마련해 의료대란을 해결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깊은 실망과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한 국민의 걱정으로 되돌아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여당과 협의해 국회에 ‘(가칭)보건의료개혁을 위한 공론화 특위’를 구성하고 의료공백과 혼란을 종식시키겠다"며 "여야와 시민, 환자 등 각계가 참여한 특위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이 대표는 "의료계는 즉시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국민의 따가운 외면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4일 "의대정원 확대는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달 28일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서도 의대정원 확대는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하며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 오래 누적된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교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천공, 의대 증원 2000명 의혹 반박 나서

역술인 천공(이천공)이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이 자신의 이름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직접 반박했다.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의 과거 인연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그는 의대 증원 등 현 정부의 정책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천공은 4일 오전 정법시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윤석열 정부와 숫자 2000'영상에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영상에서 질문자는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대 증원) 2000이란 숫자가 '이천공'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이란 숫자가 우리 사회를 괴담으로 물들이고 있다. 보수 우파도 걱정하고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에서 정말 2000이란 숫자에 얽매 있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천공은 "2000명 증원을 한다고 이천공을 거기 갖다대는 무식한 사람들이 어디있나"라며 "천공이라는 사람이 전혀 코칭을 못하게 한다든지, 내게 무속 프레임, 역술인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이 한 번 작업을 해서 덕을 본 것 가지고 나를 거기다가 끼워 맞춰서 '역술인 말을 듣고 정치를 한다'고 국민들을 호도하려고 하는데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 꼴이 됐는지"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천공은 "의사 문제는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같이 의논해서 하도록 하고 나는(대통령은) 내 일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끌고 나온건 잘못이다. 너무 힘들게 돼있어서 대통령이 직접 들고 나온 모양인데 선거라도 끝나고 들고 나오면 안됐나. 뜨거운 감자를 그 때 딱 꺼내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모든) 세계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대통령 한 명이다. 영부인들을 다 만날 수 있는 자격은 대한민국 영부인이 가지고 있다. 국민이 그런 힘을 줬는데 그 일을 못하면 세상을 바르게 못 읽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안하면 직무유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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