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연합뉴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MBC 하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서 MBC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집중 비판했다. 한 여권 이사는 MBC 보도를 두고 “‘공영방송은 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는 방통위원장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진행된 방문진 임시 이사회에선 올해 하반기 MBC 보도본부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업무보고를 위해 참석한 박장호 보도본부장은 “MBC 영향력과 신뢰도 1위의 원천은 무엇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라며 “이를 위해 뉴스 제작 전 과정에서 팩트체킹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성우 이사(여권)는 “(문재인 정부) 5년과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상을 받았는지 살펴보면 날카로운 권력 비판을 했는지 한 쪽만 비판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상 내역 보고를 요구했다. 이에 박 본부장은 “자료를 드릴 수는 있지만 이달의 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등은 모두 권위있는 상”이라며 “한쪽 정당만 비판한다고 상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차기환 이사(여권)는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보도 관련해 “(MBC는) 대통령이 사단장을 보호하기 위해 외압을 넣었다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헌병단 장교는 권한 없는 수사로 피의자 심문 조사·진술 조사를 받고 기소·불기소 의견을 보냈다”며 관련 MBC 보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차 이사는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기자들이라면 반성해야 한다”며 “상을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객관적 진실, 자기 검증 규율이 제대로 지켜졌는 지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차 이사는 “(MBC는) 어떤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보도를 하고 이의를 제기하니까 한 번 더 때리고, 보도가 거짓이라는 걸 네가 입증해보라는 식으로 몇 년을 끌며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나서도 반성이 없다”며 “그러면서 MBC 기자들 미디어 가이드라인 보면 ‘정의로운 보도를 추구한다’고 써놓는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보기에 가증스럽다고 느끼지 않겠냐”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공영방송은 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는 방통위원장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병철 이사(여권)는 “MBC가 신뢰도, 영향력 1위라고 하는데, 불신도도 만만치 않게 높다”며 “신뢰도 1위가 MBC가 믿을만하다는 게 아니라, 큰 언론사가 신뢰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동시에 대형 언론사들이 불신도 높다”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야권 이사들은 여권 이사들의 비판이 정치적이라며 반박했다. 윤능호 이사(야권)는 “집권 여당, 대통령실에 조금이라도 불쾌하거나 불리한 보도에 대해선 계속 MBC가 편향적이라고 하고있다. 내가 3년 동안 (이사회에) 있으면서 계속 똑같은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강중묵 이사(야권)도 “MBC가 영향력, 신뢰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핵심 이유는 권력 감시에 다른 매체보다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MBC의 시각이 전반적 언론계의 획일적 시각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MBC 구성원이 가져야할 과제 중 하나는 지금의 성과를 어떻게 안정화시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여권 이사들이 MBC 개별 보도들을 거론하면서 비판하는 일이 반복되자, 권태선 이사장은 “이사님들이 무슨 정파의 대리인인가” “특정한 사안을 가지고 그만 얘기하라”며 공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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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사장은 “MBC가 영향력, 신뢰도 부문에서 1위를 하고 있다는 건 방문진 이사회로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할 대목”이라며 “최근 시사인 조사에서 18세부터 60대까지 MBC가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였다. 모든 지역에서 1위, 진보·중도·보수 모두 1위였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권 이사장은 “특정 개별 보도에 있어서 잘못한 경우 시정을 하고 제대로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한다”며 “불신도가 2위라는 부분에 있어선 아직도 MBC를 정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니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는 ‘임시 이사장 선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안건을 상정한 김병철, 지성우, 차기환 등 여권 이사 3인의 돌연 철회로 논의되지 않았다. 여권 이사들은 지난 10일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13기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후 열린 첫 방문진 이사회에서 소송 당사자인 권태선 이사장의 회의 진행을 문제 삼으며 해당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여권 이사들은 11일 이사회에서 안건 숙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표현에 거친 부분이 있어 수정하겠다며 다음 이사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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