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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오른쪽)와 유진우씨가 13일 추석 귀성인사를 위해 서울역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요구하며 포체투지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추석에 대중교통을 타고 고향에 가고 싶어요. 22대 국회에선 7대 장애인권리입법이 실현되게 해주세요.”

8m 가량을 기어가 외친 유진우씨(29)의 목소리가 서울역 대합실 바닥에 울렸다. 유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귀성인사를 하러 여야 정치인들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경찰 벽에 가로막혔다. 그는 “눈앞에는 경찰들의 발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이게 장애인의 현실이구나. 그들에게 우리는 시민이 아니구나를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전장연이 13일 추석 연휴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에게 명절인사를 하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대표들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포체투지(땅에 몸을 던져 기어감)를 했다. 이들은 기차역을 찾은 당대표들에게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금당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게 1년 안에 7대 장애인 권리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촉구했다.

7대 장애인 권리입법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자립권 등을 보장하기 위한 7개 법안(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권리중심일자리지원특별법·발달장애인법·장애인권리보장법·발달장애인법·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을 말한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역 대합실에서 “한국사회가 평등했으면 우리가 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교육받을 권리를, 일자리를 달라고 외치겠냐”며 “당 대표들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이곳에서 불가촉천민에게도 이동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감옥 같은 시설에 처박고 방치하지 말라”며 “이젠 말이 아닌 입법이라는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함께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활동가들도 “최근 장애인 권리가 더욱 후퇴하고 있다”며 권리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혜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경기도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년 안에 특별교통수단(운전원)을 장애인 1인당 1.1명에서 1.5명으로 만들기로 했지만, 담당공무원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4년 뒤에 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뒤에 또 담당이 바뀌고, 또 4년 뒤에 또 사람이 바뀌면서 우리는 20년 넘게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살기 위해 만든 일자리인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에 다니던 중증장애인 400명을 해고했다”며 “아직도 한국사회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유씨 등 중증장애인들은 이날 서울 용산역과 서울역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각각 8m와 11m 가량을 기었다. 이 대표는 2분 가량 이들을 만나 면담요청서를 받고 “저희가 잘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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