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위세척 등) 1차 응급처치(라도 할 수 있다면 환자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줘야 합니다. 저희는 정말 급한 응급환자 데려가는 구급차입니다.”(경기도 소방서 소속 8년차 구급대원 ㄱ씨)

최근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응급실 뺑뺑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여러 과의 협력 진료, 즉 ‘복합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들의 ‘뺑뺑이’가 특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대원들은 응급실 운영이 빡빡해지자 병원들이 ‘협진 인력 부족’을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급대원 ㄱ씨는 최근 다량의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관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환자는 응급실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증도 분류 기준인 ‘케이타스(KTAS)’상 2단계(15분 이내 의사 진료 권장)인 긴급 환자였다. 결국 2시간 뒤에야 25㎞이상 떨어진 다른 지자체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ㄱ씨는 5일 한겨레에 “‘실수로 약을 먹은 게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먹었다’고 설명하면 병원은 ‘정신과와 협진해야한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가 현재 없다’며 환자를 받지 않는다”며 “환자를 받아서 위세척 등 당장 급한 응급처치만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119구급대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하루 평균 16.2건(2월18∼3월27일)으로 집단행동 직전(1월1일∼2월17일) 하루 평균 5.2건과 견주어 3배 이상 늘었다. 이 중 복합 진료 환자들의 재이송이 많다는 게 현장 구급대원들의 증언이다.

서울 소방서 소속 10년차 구급대원 ㄴ씨는 “심각한 응급환자는 큰 무리 없이 응급실에 수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그 아래 단계이거나, 복합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며 “현재 응급실에 (안과, 치과, 신경과 등) 배후 진료 의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응급실 치료를 거절당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환자 이송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급대원들의 심리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소속 8년차 구급대원인 이아무개씨는 “병원에서 배후 진료과 치료가 힘들다고 고지하면 다른 병원을 수소문하려고 다시 전화를 돌려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니까 (응급 환자 대응을 빠르게 하지 못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구급대원 ㄱ씨는 “전공의 파업 전에는 10건 정도 전화를 돌리면 비교적 쉽게 응급실에 갈 수 있던 환자들도 이제는 최소 20건 이상은 전화를 돌려야 병원을 찾을 수 있다”며 “119상황실센터에서도 병원을 알아봐 주는데, 그것까지 합치면 아마 30건 이상은 연락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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