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미만 아이를 키우는 여성 10명 중 4명이 야간에 배우자 도움 없이 홀로 아기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이 아기 돌봄에 투입하는 시간이 남성보다 3배가량 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지만, 낮이 아닌 밤에도 돌봄을 전담하는 여성이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5일 발표한 논문 ‘아버지의 야간 보육 참여가 어머니와 아이의 잠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36개월 미만 아기를 키우는 한국 여성 290명 가운데 43.1%가 “배우자의 참여 없이 밤 시간 아기를 홀로 전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배우자의 참여 정도가 △25%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1.7% △25∼50%는 8.3% △50∼75% 8.3% △75% 이상은 8.6%였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야간 돌봄을 배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야간 돌봄은 아기를 재우려고 준비하고, 아기를 입면시키며, 밤중에 깬 아기를 달래서 다시 재우는 일련의 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야간 독박 돌봄’이 부부관계 만족도와 육아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배우자가 야간 돌봄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결혼 생활 행복도, 배우자에 대한 신뢰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여성이 느끼는 ‘육아 자신감’ (아기를 수월하게 재우고, 아기가 깨더라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 역시 배우자 돌봄 참여가 높을수록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영향은 아기의 수면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빠가 야간 돌봄에 더 많이 참여할 때, 아기가 입면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됐고, 밤 중 깨는 시간·횟수도 감소했다. 또 엄마가 심각한 불면증을 겪는 비율도 줄었다.

통상 수면학계에서는 영유아 3명 중 1명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밤중에 자주 깨 보호자를 찾는 등 수면장애를 겪는다고 본다. 아기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는 730시간, 30일 치의 수면을 희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야간 독박 돌봄이 여성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간 독박 돌봄으로 인한 극심한 수면 부족이 저출생 문제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2020년 발표된 논문 ‘후속 출산을 포기한 한 자녀 어머니들의 임신·출산 및 양육경험에 대한 질적 분석’ (진경선·김고은)은 “어머니들은 신생아·영아기에 수면 부족을 경험하며, 이는 이후 수면 장애로까지 지속됐다”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상을 (어머니들은) ‘형벌’과도 큰 고통으로 인식했으며, (이 고통은) 배우자와 공유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공동 야간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달 미국 수면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의 공식 학술지인 ‘임상수면의학저널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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