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충무마을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배수로를 뚫고 있다. [뉴시스]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한 열대저압부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폭포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22일 각 지자체·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전남 장흥군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집 앞 배수로에 빠진 남성은 급류에 휩쓸려 약 1㎞ 떨어진 저수지까지 떠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장흥 지역에는 시간당 70㎜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같은 날 오후 4시 18분쯤 경남 김해시 신문동에서는 농막 지붕 위에 고립된 60대 남성을 소방당국이 구조했다. 차로 이동 중이었던 이 남성은 주변이 물에 잠기자 차를 버리고 인근 농막 지붕 위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 당시 이 일대는 낙동강 지류인 조만강이 오전 11시쯤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침수됐다. 조만강 인근 김해 내덕동 한 도로에서도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도로 가드레일을 붙잡고 있던 시민 5명이 경찰한테 구조됐다. 김해에는 2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426.8㎜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김해는 인근 창원과 함께 2009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 강수량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틀 동안 최대 529.1㎜의 비가 내린 경남 창원과 관련해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빈도”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20일 김해 금관가야의 대표 유적지인 ‘대성동고분군’의 서쪽 사면 일부분(약 96㎡) 무너져 내렸다. 대성동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국내 7개 가야고분군 중 하나다.

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붕괴된 유네스코 세계유산 김해 대성동고분군. [사진 김해시]

21일 오후 5시 34분쯤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주택에서는 담벼락과 지반이 무너지면서 2명이 집 안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같은 날 오후 7시 21분쯤에는 부산 금정산을 오르던 등산객 2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한동안 산속에 갇히기도 했다.

산사태와 땅 꺼짐 현상도 이어졌다. 21일 오전 8시 45분쯤 부산 사상구의 지하철 공사장 인근 도로에서는 가로 10m·세로 5m·깊이 8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등 차 2대가 빠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1일 오후 10시 25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는 산사태로 높이 5m의 옹벽이 빌라 쪽으로 기울면서 빌라 주민 54명이 긴급 대피했다. 21일 오후 3시 31분쯤 제주시 애월읍에선 강풍에 고압선이 끊어져 588가구가 정전됐다가 복구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일 오전 5시까지 전국 7개 시·도(부산·충북·충남·전남·경북·경남)에서 1501명이 대피했다. 전국 농경지 4116㏊가 물에 잠겼다. 도로침수 107건, 토사유출 21건, 주택침수 170건 등의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이번 폭우로 일부 여객선·항공편 운항, 철도 운행도 한때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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