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커뮤니티에선 인증글을 통해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 독자]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게시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씨를 후원하는 의사 등의 모금이 이어졌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감싸는 의료계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은 지난 22일 정씨 가족에게 특별회비 1000만원을 전달했다. 변호사 선임 등을 돕는다는 명목이다. 전의학연 측은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등에도 정씨를 후원하는 인증·독려 글이 이어졌다. 피부과 원장이라는 이용자는 500만원을 송금한 인터넷뱅킹 캡처 사진을 올리며 “내일부터 더 열심히 벌어 2차 인증하겠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100만원 송금을 인증하며 “이것밖에 할 게 없는 죄인 선배”라고 썼다. 10만원을 송금했다는 이용자는 “꼭 빵(감옥)에 들어가거나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올렸다. 지난 22일 의사 전용 커뮤니티 메디게이트에는 “구속된 전공의는 사법 농단에 희생된 의료계 잔다르크”라는 주장도 올라왔다.

의료계 일각에선 블랙 리스트를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내부 호응은 적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의사 A씨는 “의료계가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피해자는 돕지 않는다”며 “피해자도 돕겠다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피해자를 찾아 적극적으로 법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명백한 범죄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두둔해선 안 된다”며 “의사 집단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료계를 향한 외부의 비판 목소리는 오히려 강해졌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전공의 구속 후 의료계가 자성하고 환자 어려움을 생각하기보다 되레 옹호·지지하는 반응을 보이니 환자들로선 자괴감과 무력감만 느껴진다”며 “정부도 블랙리스트 사태를 방치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더 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지난 3월 ‘참의사 리스트’, 지난 7월 ‘감사한 의사 명단’(정씨), 최근 ‘감(귤)사(랑)한 의사’ 등 1~3차에 걸쳐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차 블랙리스트 혐의자 3명을 특정해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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