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료를 합쳐 월 238만원의 고임금 논란이 일었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이 추석 연휴 도중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까지 나왔지만 “제조업·농어촌 노동자와 임금 격차가 심해 불법 체류 유인이 크다”는 정반대의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4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간 뒤 연락 두절 상태다. 사업주는 외국인 노동자가 영업일 기준 5일 이상 무단결근하면 지방노동청과 법무부에 ‘이탈(고용변동) 신고’를 해야 한다. 2명에 대한 신고는 오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의 무단 이탈 이유로 전문가들은 ①상대적 저임금 ②체류자격 미스매칭 ③입국 후 사회적 분위기 등을 꼽았다.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한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주 40시간 기준 월 238만원(주 5일·하루 8시간 기준)이다. 이 중 4대 보험료와 숙소비·소득세로 50만원 이상을 공제한다. 반면 같은 체류자격인 고용허가제(E-9)로 들어와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김도균 법무부 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주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제조업 노동자는 월 300만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체류자격 미스매칭이 지목된다. 현재 국내에 입국한 가사관리사는 필리핀 케어기빙(Caregiving) 자격을 보유한 이들이다. 786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딸 수 있어 필리핀에선 ‘고급 인력’으로 분류된다. 반면 홍콩·싱가포르에선 가사관리사에게 별다른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숙련 인력을 저숙련 체류자격인 고용허가제로 도입한 게 애당초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필리핀 현지 사정에 밝은 공공기관 관계자는 “저숙련 인력에 해당하는 필리핀 도메스틱 워크 자격 소지자를 데려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임금 논란 등 이들에 적대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이탈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27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동 주최한 국회 세미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 주체에 가까운 서울시가 임금을 보장해주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펼쳐온 상황”이라며 “가사관리사 입장에선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노동자·업체 등 다양한 주체의 입장을 들어보고 보완점과 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24일 가사관리사 서비스 제공기관 대표, 가사관리사 2명 등과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가사관리사 조안과 자스민 에리카는 논란이 되는 임금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오후 10시로 정해진 숙소 통금, 긴 이동 시간 등 업무 여건 개선을 요청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이날 “주급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논의했지만 오늘 참석한 두 분은 월급제를 선호한다고 했다”며 “가사관리사 개인별로 선호하는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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