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70여개 민생법안과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회가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70여개 민생법안과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 대상이 된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 전국민25만원지원법은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모두 폐기됐다. 이에 대해 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용산의 거수기"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안이 야당의 반대표에 의해 부결처리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을 향해 "양아치" "사기꾼"이라며 거세게 항의해 약 30분간 정회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본회의가 속개되면서 딥페이크 처벌법과 모성보호 3법 등 대부분의 민생법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방송4법·노란봉투법·25만원법 재표결서 부결.. 최종 폐기

野, 與 향해 "윤석열 꼭두각시" "용산 거수기"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전국민25만원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재의 요구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이날 본회의에는 총 299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4법은 가결 188~189표·부결 107~109표·기권과 무효 1~3표로 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가결 183표·부결 113표·기권 1표·무효 2표, 전국민25만원지원법은 가결 184표·부결 111표·무효 4표로 부결돼 모두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해당 법안 부결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악법 시리즈를 막아내는 것이 민생"이라며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자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부결 처리를 당부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3개 법안에 대해 "반드시 부결돼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표결 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부결이 확정된 후 항의의 표시로 모두 본회의장을 빠져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가 잠시 정회됐다.

이들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여당에 대한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생개혁 법안을 또다시 뭉개버렸다"며 "우리 경제가 망하든 말든, 우리 국민이 각자도생에 응급실 뺑뺑이를 돌든 말든 오로지 용산 눈치만 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용산의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양심이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쏘아 붙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의힘은 '통법부'보다 더 수치스러운 재의결 방탄기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를 넘은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입법권을 짓밟고 지속적인 재의결 비토 행태는 정당 기능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통령과 정책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건 거부권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오늘 법안들을 부결시켰다고 즐거워하겠지만 이 법안들이 반드시 통과될 날이 올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사회 대개혁을 실현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與 추천 한석훈 인권위 비상임위원 선출안 부결.. 야당 대거 반대표

국힘, 野 향해 "양심불량" "양아치" 맹비난

이에 앞서 국민의힘 추천 몫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안이 야당의 반대표가 쏟아지며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회의 진행이 한때 중단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이날 국회 본회의 안건에는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이 올라왔다.

여야가 합의해 상정한 안건은 큰 반대 없이 통과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선출안은 재석 298명에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인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사전 합의를 야당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는 본회의 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후보자의 부적절한 과거 언행이 알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한 인권위 심사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가 없었고, 피해자들이 핼러윈데이를 즐기려고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라는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며 민주당 의석을 향해 "양심불량" "양아치"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결국 우 의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회의는 30여분 뒤 속개됐다.

본회의가 재개되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배준영 의원은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제가 국회에서 사기를 당할 줄 몰랐다"며 "교섭단체와 여야 합의가 왜 필요한가"라고 야당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준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에서 "대한민국에서 사기를 당한 것은 국민"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후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 운영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고,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1당이 이런 중요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데 대해서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재차 비판했다.

딥페이크 처벌법 및 모성보호3법 본회의 통과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딥페이크 처벌법과 모성보호 3법 등 70여개의 민생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재석 249인에 찬성 241인, 기권 8인으로 의결됐다.

개정안에 따라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작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모성보호3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04명 가운데 찬성 203명, 기권 1명으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이 20일(출산한 날부터 120일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음)로 확대되고 분할사용 횟수도 3회로 늘어난다. 휴가 사용절차도 청구에서 고지로 바뀐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은 인당 1년(부부 합산 2년)에서 1년 6개월씩 부부 합산 3년까지 확대된다.

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를 위해 대상 자녀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연장했고, 난임치료휴가 기간도 연간 3일에서 연간 6일로 확대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재석 207명 가운데 찬성 207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여성 근로자의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 사용 기간을 현행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했다. 근로자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는 경우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재석 204명 가운데 찬성 203명, 기권 1명으로 통과다.

개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의 급여 지급 기간을 최초 5일에서 휴가 전체 기간으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활성화가 기대된다.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한 기간 중 연간 최초 2일에 대한 급여를 피보험자가 속한 사업장이 우선지원 대상기업인 경우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공매도, 최대 무기징역.. 피해자 의사 반하는 형사공탁도 개편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불공정거래와 불법공매도 벌금형을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불법 공매도에도 불공정거래와 동일한 징역 가중처벌을 적용한다. 만일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기관 투자자의 대차거래 상환 기간을 최대 1년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간 개인 투자자에 비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던 지형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간 제한은 대통령령에서 90일 단위로 연장하되 최장 12개월로 규정할 예정이다.

개정 법률은 내년 3월까지로 계획돼 있는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기간을 고려해 내년 3월31일 시행된다.

형사공탁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형사공탁 시 피해자 의견을 묻는 절차를 신설하고, 공탁금 회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및 공탁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일부 피고인들이 판결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습으로 공탁하고 감형을 받거나 형사공탁으로 감형을 받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한 공탁금을 몰래 회수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문제가 되어 왔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판결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피고인이 공탁을 하면 법원이 피해자의 의견을 필요적으로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공탁법 개정안에는 피고인 등의 형사공탁금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피공탁자가 공탁물 회수에 동의하거나 확정적으로 수령거절 하는 경우 ▲공탁 원인이 된 형사재판이나 수사절차에서 무죄판결·불기소결정(기소유예 제외)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회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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