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지난달 30일 임금 협상 관련 서울 공덕동 한겨레본사 사옥에 내건 현수막. 사진=김예리 기자

한겨레 임원이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 집행부원과 노보 관련 인터뷰 중 볼펜을 책상에 집어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임원은 한겨레지부가 “경영진의 노조 경시 태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성명을 낸 뒤 사내 이메일로 사과문을 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성명과 한겨레 측 설명에 따르면, 안재승 한겨레 광고사업본부장은 25일 노보 기사 취재를 위해 본부장 사무실을 찾은 지부 집행부원과 만난 자리에서 광고 실적 관련 질문을 받은 뒤 볼펜을 책상에 집어던졌다.

한겨레지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최근 광고 매출 실적에 관한 조합원들 문제 제기가 많아, 관련 주장을 토대로 ‘광고 임원이 주로 어떤 기업을 만났고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있는지’, ‘최근 실적이 좋은 현대차 등과는 매출 협상이 잘 되는지’, ‘신규 매출 신장된 기업이 있는지’ 등을 ㄱ집행부원이 물으러 간 것”이라며 “일방으로 노보에 싣기보다 안 본부장으로부터 그간 경영 성과를 설명 듣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쓰기 위한 시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겨레지부는 “안 본부장은 인터뷰 도중 갑작스레 ‘나를 일 안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하다. 모욕적이다’라고 감정적인 태도로 돌변하더니, 쥐고 있던 볼펜을 책상에 강하게 집어던졌다”며 “(안 본부장이) ‘회사를 그만둬야지 내가’라며 ㄱ집행부원에게 분풀이했다”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더욱 황당한 건 이런 명백한 갑질 및 노동조합 경시 사태를 접한 ‘최우성 경영진’의 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영희 한겨레 편집인이 같은 날 별건으로 ㄱ집행부원과 통화하던 중 “내가 그 얘기(볼펜 집어 던진 이야기) 방금 들었는데, 전혀 집어던진 건 아니라고 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한겨레지부 측 설명이다.

이들은 “노조는 일련의 위협 및 2차 가해 사태 관련 ‘최우성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사안은 경영진의 노조 경시 태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의 경영 감시 등 정당한 활동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기를 촉구한다”며 관련자들의 이메일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지부 성명이 나온 당일 안 본부장은 임직원 전체 이메일을 통해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ㄱ집행부원에게 피해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당시 상황을 두고 “ㄱ집행부원이 제게 ‘대표이사와 광고 전무가 광고주들을 안 만난다는 얘기가 있어서 확인하려고 왔다’고 말해 저는 ‘우리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하려고 광고주들과 점심 식사, 저녁 식사, 티 미팅, 전화, 그리고 지금까지 안 하던 골프를 배워가며 약 먹으면서 골프 접대까지 하고 있는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했다.

안 본부장은 “ㄱ집행부원은 제게 ‘최근에 광고주 누구를 만났는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 순간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대화를 하던 회의용 탁자에서 제 자리로 돌아와 화를 누르지 못한 채 혼잣말로 ‘내가 그냥 회사를 그만둬야지’ 하며 볼펜을 책상 위에 내팽개쳤다”고 했다.

이어서 안 본부장은 “대화 도중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ㄱ집행부원 앞에서 해서는 안 될 거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ㄱ집행부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안 본부장은 해당 집행부원에게 직접 만나 사과하고자 수 차례 전화를 했지만 닿지 않아 문자로 사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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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지부 한 조합원은 30일 통화에서 “이것은 개인 간 문제나 후배 기자와의 일이 아니라 노조와의 만남에서 일어난 일이다. 해당 임원이 후배 기자에게 무시당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점 자체가 문제”라며 “올해 광고매출과 실적이 줄었다는 조합원들 지적에 노조가 노보를 쓰며 영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노조에 사과할 일이라는 지부 측 지적을 두고 “노조원을 포함해 전체 임직원들에게 임원으로서 잘못된 행동을 사과드린 것”이라고 했다. 추가 연락이 적절한 조치인지 묻는 질문엔 “사과하고자 전화했고, 받지 않아 문자를 일단 남겼다. 연락을 주면 사과를 만나서 다시 하고 싶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안 본부장은 “편집인도 직접 만나 사과를 하고자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니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해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일단 메시지를 보냈다”고 김 편집인 측 입장을 대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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